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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15 조회수 : 367

분노로 가득한 어느 형제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이 형제님의 분노는 아내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어느 날 가족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의 경제적 무능력, 폭언과 폭행 때문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가 아니라, 큰 병으로 치료 중인 남편 병간호하는 것이 힘들어서 집을 나갔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사실 병간호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닙니다. 효도를 그렇게 강조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 형제님의 아내도 완전히 지친 상태가 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남편은 아픈 자신의 몸만을 생각하면서 아내를 힘들게 했던 것이지요.

아내의 어려움에 대해 형제님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형제님도 늘 고마운 마음이었고 또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자신의 아픔이 너무 커서 이야기를 하지 못했었다면서 후회를 하십니다.

어렵고 힘든 상태에 놓이게 되면 다른 것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나의 처지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사랑도 내 입장을 통한 것일 뿐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에서 상대방은 지쳐서 도망치고 싶은 상황에 놓이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나만을 위한 사랑이 아닌, 남을 위한 사랑을 실천하게 되었을 때 후회의 삶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후회의 삶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우리는 아니었을까요?

당신께서 예고 없이 아무도 알지 못할 때 나타나시리라는 것을 알려 주시기 위해, 주님께서는 옛날 노아와 롯의 때에 그랬듯이 세상 끝 날이 갑자기 닥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후회의 삶을 만들지 않기 위해, 늘 깨어 사랑을 실천하는 올바른 주님 제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우리 각자는 어떤 시련을 겪더라도 그에 굴복하여 영적 삶에서 육적 삶으로 내려오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끝에 주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십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이 모여든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이처럼 세상 마지막 순간도 당연한 사실로 우리에게 언젠가 온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날을 위해 지금을 더욱더 충실히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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