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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16 조회수 : 352

어느 책에서 나무늘보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느리고 잠을 많이 자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솔직히 거북이보다도 느리다는 사실은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보통 70㎝의 크기를 가지고 있는 나무늘보는 1분에 20㎝ 정도밖에 움직일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기지 않습니까? 이렇게 느리다면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어 멸종의 위기를 겪어야 정상일 것만 같습니다. 

나무늘보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독을 내뿜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느릴 뿐입니다. 하지만 이 느린 점이 오히려 다른 동물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거의 움직이지 않아서 몸에 이끼까지 자생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 이끼가 자연스럽게 보호색 역할까지 하지요. 여기에 주식은 다른 동물이 잘 먹지 않는 나뭇잎입니다. 느리다는 것이 큰 걸림돌인 것 같았지만, 이 느림이 지금까지 멸종하지 않고 살아 있게 하는 나무늘보의 가장 큰 장점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단점이라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나를 특징짓는 그리고 나를 성장시키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무늘보를 통해서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처지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기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 나갈 때 분명히 삶은 내 편이 되어서 큰 기쁨과 행복의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 나아갈 때도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두 번 기도하고서 “주님께서는 들어주시지 않는다.”라고 포기한다면 결국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해나간다면 그를 통해 또 다른 삶을 주님께서는 선물해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런데 그 기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길게 하는 기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끊임없이 하는 기도였습니다. 말을 많이 하면 더 잘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하고 많은 말로 기도하지 말 것을 명령하십니다. 그러면서 불의한 재판관의 이야기를 전해주시지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한 재판관이었지만 성가시게 계속 졸라 대는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들어주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십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하느님과 비유에 나오는 재판관과의 비교입니다. 불의한 재판관처럼 하느님도 불의하실까요? 아닙니다. 하느님은 재판관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정의롭고 선하신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기도하는 사람의 청을 얼마나 더 잘 들어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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