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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3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23 조회수 : 364

11월 23일 [연중 제33주간 토요일] 
 
마카베오 상 6,1-13
루카 20,27-40 
 
<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자 노력할 때, 우리는 결코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입니다! > 

요즘 자주 접하게 되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 앞에 할말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너무나 슬프고 끔찍한 사건·사고들이 보도 될 때는 재빨리 외면하곤 합니다. 
 
인생이 채 피어나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홀로 쓸쓸히, 휘청휘청, 가지 말아야 할 길을 향해 걸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기성 세대로서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멀쩡히 살아 숨쉬고 있지만, 
실제로는 살아있지 못한, 이미 무엇인가 그들 안에서 죽어버린 모습도 목격합니다. 
생물학적으로만 살아있지 실제로는 살아있지 못한 사람들도 만납니다. 
 
이토록 참혹하고 부끄러운 현실의 배경에 무엇이 자리잡고 있을까? 
고민해봅니다. 
티비 채널을 돌릴 때 마다, 눈길을 확 사로 잡는 주인공들의 기적같은 성공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어마어마한 대저택에, 우아한 실내 인테리어, 세상 살이에 대한 걱정이나 근심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행복한 얼굴들... 
 
그러다 내 발밑을 천천히 내려다보면, 티비 속과는 너무나 상반되는 
내 암담하고 참혹한 현실에 좌절합니다. 
이 모든 것이 개발 독재의 구호 아래, 성공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개인주의가 만들어낸 참혹한 현실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미에서 주님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음은 축복이라고 강조하십니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루카 복음 20장 38절) 
 
때로 의구심이 들때도 많습니다. 
“오늘 내 삶이 이토록 구차스러운데, 오늘 내 인생길이 이토록 가시밭길 투성이인데, 이런 내 삶이 대체 무슨 가치와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노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삶의 질에 대한 지속적 반성과 성찰입니다. 
 
오늘 나는 참으로 살아 있는가? 
열심히 숨쉬고 삼시세끼 제때 밥 먹으며, 분명히 살아있지만, 이미 내 안에서 어떤 것들이 죽어버린 것은 아닌지? 
육체는 버젓이 살아 있지만, 영혼이나 정신이 이미 소멸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그래서 더욱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들의 육체는 점점 노쇠해지고 소멸되겠지만, 우리들의 영혼과 정신은 더욱 견고해지고 강건해질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들이 아무리 열악하고 비호의적이라 할지라도, 또 일어서고 또 넘어서겠노라고. 
 
진정으로 살아있는 존재는 몸도 살아있지만 정신도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육체도 살아있지만 영혼도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결국 주님 안에, 그분의 성령 안에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오늘 내 앞에 펼쳐질 하루하루가 시련과 상처 투성이뿐일지라도, 기꺼이 견뎌내고 이겨내면, 언젠가 주님께서 약속하신 영광스런 부활의 삶에 직접 참여할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또 다시 힘을 내야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하느님 앞에 진정 살아있는 자로 굳건히 서 있어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하느님은 살아있는 자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앞에 있는 사람은 모두 살아있는 것입니다. 
죽은 사람조차도 하느님 앞에 있다면 살아있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오직 하느님을 섬기고 그분께 영광을 드리는 데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직 이 목적을 위해 살도록 우리를 부르시고 계십니다.  
 
우리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자 노력할 때, 우리는 결코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입니다. 
 
이제는 돌아가신 삶과 죽음의 전문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남긴 죽음에 대한 말씀은 위령성월을 지내고 있는 우리를 부단히 격려하고 자극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십시오. 
삶에서 가장 큰 상실은 죽음이 아닙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십시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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