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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1-27 조회수 : 333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보면, 내가 너를 사랑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무엇인지가 나옵니다. 그 단 하나의 이유는 ‘너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있다고 굳이 말한다면 그냥 ‘너니까….’라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는 늘 많은 이유를 찾습니다. 특히 사랑하는데에도 얼마나 많은 이유를 붙이는지 모릅니다. 내게 잘해줬으니까, 지난번 도움을 줬으니까……. 이러한 이유가 있어야지만 과연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내게 손해를 끼치거나 별 도움이 안 된다면 싶으면 절대로 사랑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요?

사랑은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절대로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만남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쁘고 좋습니까? 만약 시간 관리가 철저한 합리적인 사람이 이 모습을 본다면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면서 한숨을 내쉴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지 않을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여기에는 합리적인 기준이 들어갑니다. 내게 소홀히 했던 것들, 내게 아픔과 상처를 줬던 것들을 내세워서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갑니다.

주님의 사랑은 세상눈으로 볼 때는 절대로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사랑하기 때문에 십자가의 죽음을 선택할 수 있습니까?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봉헌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주님께서 보여주신 비합리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합리적인 사랑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주님처럼 비합리적인 사랑의 길을 힘들어도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박해의 위험을 겪기도 합니다.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들까지도 죽이려 하고 미워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랑이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큰 약속을 해 주십니다.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사람의 머리카락 하나도 가벼이 보시지 않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사람을 가볍게 여기시겠습니까? 그분께서 우리 영혼과 육신에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는 것을 굳게 믿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 역시 주님의 사랑을 본받아 비합리적인 사랑을 이 세상 안에서 기쁜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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