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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08 조회수 : 295

중학생 때, 라디오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최신 노래부터 옛날 노래까지 끊임없이 나오는 음악도 좋았지만, 중간중간 소개되는 청취자 사연에 귀 기울이며 들었습니다. 분명히 남 이야기인데도 큰 공감을 하게 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너무나 재미있어서 큰 소리로 웃을 수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내 이야기가 라디오 스피커로 흘러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사연을 적었습니다. 

“안녕하세요? DJ ***님. 저는 인천에 사는 중학교 2학년 조명연 이라고 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사연이었습니다. 결과는 몇 번을 다른 내용으로 보냈지만 단 한 번도 소개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글재주가 없던 저의 글을 소개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 당시에는 나의 문제점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방송국 사람들의 안목이 부족한 것 아냐?’, ‘혹시 이 안에 어떤 비리가 있는 것 아냐?’, ‘혹시 내 사연 엽서를 누가 훔쳐 가는 것 아냐?’ 등등 내 안의 문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단 한 번도 소개되지 못한 채, 남에 대한 원망만 가득 간직하면서 글 쓰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이런 식의 마음은 어른이 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마 자신 안의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남의 문제만 들춰내게 될 것입니다. 내 책임이 아니라, 남 책임이라고 하면서 책임 전가만 할 것입니다. 그 결과 주님을 세상에 드러내는 사랑의 삶이 아닌, 미움과 다툼의 삶을 만들지 않을까요? 

예언자와 세례자는 표현은 다르지만 둘 다 같은 말을 합니다. 예언자는 그분께서 오신다며 “주님의 길을 닦아라”, “길을 곧게 내어라”고 했습니다. 요한 역시 “주님의 길을 닦아라”와 같은 뜻인, “회개의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주님께서 오셨으니 길을 내고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요한이 주님의 길을 닦는 모습은 그의 옷과 음식에 볼 수 있습니다.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지요. 그리고 그의 음식은 메뚜기와 들꿀이었습니다. 자연인의 모습입니다. 창세기에 등장하는 태초의 인류가 살았던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즉, 지금 오고 있는 나라와 회개의 상징입니다. 

대림시기, 즉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길을 닦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남 탓보다는 스스로 회개하면서 지금 오고 있는 나라를 위한 준비에 매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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