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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18 조회수 : 265

어떤 자매님으로부터 남편을 참 미워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결혼 초부터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혼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더 미워졌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폭언을 던지면 자신도 폭언하고, 폭행을 쓰면 자신도 연약한 몸을 던져서 싸웠습니다. 그래도 헤어질 수 없었던 것은 가톨릭 신자로 이혼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고, 이혼한 부모의 자녀라는 꼬리표를 붙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의 뒷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 뒷모습이었습니다. 앞모습을 보지 않으니 괜히 마음이 짠해지더라는 것이었지요. 그때부터 남편의 다른 모습을 보려 했다고 합니다.

지금 현재 주위 사람들로부터 잉꼬부부 소리를 듣고 있답니다. 이분이 이렇게 말씀해주십니다.

“앞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뒷모습도 바라봐야 했어요. 다른 모습을 보니 믿게 되고, 사랑하게 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다른 모습을 봐야 믿을 수도 있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잉태 소식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작용조차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점을 떠올려 봅니다. 그렇다면 성령께서 이루시는 기적의 상세한 과정을 우리가 무슨 수로 그려 낼 수가 있겠습니까?

여기서 그 놀라움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요셉 성인께서는 어떠하셨을까요?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일이 자신에게 주어졌습니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되었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하라는 소명을 들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이 나타납니다.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났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꿈에서 보고 들었던 말씀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정말로 놀랍습니다.

꿈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되면 절대로 꿈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아마 ‘개꿈 꿨다.’라면서 무시할 것입니다. 그러나 요셉 성인의 꿈의 내용을 받아들여서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합니다. 왜 그럴까요? 요셉 성인이 꿈이나 믿는 미신에 현혹되는 사람이었습니까?

세상의 눈과 다르게 보았기에 자신을 늘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하느님 사랑을 믿었고, 더불어 자신의 약혼녀인 마리아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니다. 그 수용의 믿음이 하느님의 아버지가 되는 영광으로 이끌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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