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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12-22 조회수 : 291

몇 년 전, 어느 교육에 참여했을 때의 일입니다. 일반인들이 많이 참여하는 교육에 저 역시 참석했었습니다. 가톨릭 안에서도 이 교육 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침 일찍 교육장에 들어갔을 때 어색함이 가득했습니다. 저와 같은 종교인은 하나도 없고, 다들 회사나 정부 기관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또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모두 피곤한 얼굴로 눈을 감고 의자에 무표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얼굴을 아는 사람도 없고 또 낯선 공간에서의 교육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교육장의 분위기는 냉랭했고, 이런 곳에서 이틀 동안 함께 교육받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기도 했습니다.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 순간, 어떤 한 분이 교육장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이분 역시 교육생이었지요. 그런데 이분이 오자마자 어색한 공간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오자마자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인사를 했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 놓은 것입니다. 이분 덕분에 서로 인사도 나누게 되었고, 강의 전에 교육생 모두는 낯섦의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교육시간이 되어 나타난 강사님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번 기수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다른데요? 가장 뛰어난 모범 기수가 되겠어요.”

한 사람으로 인해 공간 자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여기 분위기가 왜 이래?’라는 말은 해도, 자신이 그렇게 바꿔 놓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나를 통해서도 분위기는 충분히 바뀔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있습니까? 가정이라는 공간, 일터의 공간, 신앙의 공간 등을 기쁨과 행복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습니까? 우리 각자의 역할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이라는 공간을 우리가 잘 꾸려나가길 원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내가 아닌 남에게 그 책임을 전가합니다. 남의 역할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나의 역할이 있는데도 말이지요. 

오늘 복음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예수님 잉태 소식, 요셉의 꿈에 나타난 천사의 메시지. 모두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성령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성령의 활동, 즉 하느님의 활동은 언제나 인간의 생각과 예측을 모두 뛰어넘는다는 것을 이렇게 보여줍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각자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역할, 요셉의 역할, 천사의 역할. 그들 각자가 자기 자리에 충실했기에 가능한 일이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역할은 지금의 내게도 주어집니다. 내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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