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
"주님! 주님께서는 하시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루카5,12ㄷ)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청원한 말입니다.
예수님께 대한 이 믿음이 나병을 낫게 했습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루카4,13)
나병(한센병)은 육체가 문드러지는 병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나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가정과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삶을 살아야 했으니 마음도 문드러졌습니다.
경남 산청 성심원은 성 프란치스코의 친구들인 나병환자들이 계신 곳입니다.
저는 60년의 역사를 지닌 그곳에서 약 5년간 사목을 했는데, 참으로 의미있고 행복했습니다.
나병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단순하게 그들의 바람을 들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산청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약 40년 가까이 성심원에 머무시면서 나병환자들의 진정한 벗이요 친구가 되어주고 계시는 유의배 알로이시오 신부님을 참으로 존경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또 다른 나병환자들'이 많습니다. 육체가 아니라 마음과 영혼이 문드러져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계속해서 전쟁의 위험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들!
교만과 탐욕, 인색, 분노, 시기, 음욕, 나태와 같은 칠죄종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아직도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또 다른 나병환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로 향해 있었던 '나병환자의 믿음'이 나병을 낫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도 요한은 말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이 아닙니까?"(1요한5,5)
우리를 먼저 사랑하신 하느님,
그 사랑의 결정체요 완전한 드러남(계시)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굳게 믿을 때,
우리는 마음과 영혼의 나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마산교구 영산성당 이병우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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