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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2-07 조회수 : 295

언젠가 선배 신부님을 제 차에 태우고 어디를 가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기름을 넣어야 할 것 같아 근처 주유소에 들어갔지요. 주유를 끝내고 기름을 넣은 뒤에, ‘무료 세차’라는 문구를 보고서 세차를 했습니다. 그런데 앞 유리가 깨끗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세차 직원에게 앞 유리에 무엇이 묻은 것 같으니 한 번만 더 닦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직원이 한 번 더 닦았지만 깨끗하지가 않더군요. ‘차 유리에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하고 시동을 걸려고 할 때, 옆에 타고 있던 신부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안경 좀 닦아야겠다. 차 유리가 아니라 네 안경이 지저분해.”

안경을 닦고 나니 세상이 밝아 보입니다. 차 유리가 지저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게 문제가 있었던 것인데 차 유리 때문이라고 착각했던 것입니다. 

사실 이런 모습을 취할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나는 문제가 없고 남에게만 문제 있다고 늘 힘주어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나한테 문제가 있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에 대해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헤로데로부터 죽임을 당한 뒤에 헤로데에게 안 좋은 일만 계속 생겼기 때문입니다. 

헤로데는 헤로디아가 자기 형제의 아내였음에도 불구하고, 페트라의 임금 아레타스의 딸인 합법적인 처와 이혼하고, 아직 남편이 살아 있는 헤로디아를 남편과 헤어지게 해서 자기 아내로 삼습니다. 이런 행동이 옳지 않음을 세례자 요한이 여러 차례 말해왔고, 이에 대한 앙심을 품던 중에 헤로디아 딸의 춤값으로 세례자 요한의 목을 참수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딸의 모욕에 대한 복수로 페트라의 임금 아르테스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와 헤로데의 군대가 전멸한 것입니다. 그래서 헤로데 본인은 그 원인을 세례자 요한 때문이라고 단정을 하고 예수님의 등장에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그는 죄 없는 세례자 요한뿐 아니라,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잘못된 판단 하나는 자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늘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길로 모든 이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저분하고 뿌연 세상이 아니라 밝고 환한 세상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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