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시골의 작은 본당에서 사목하는 동창 신부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것이었기에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 식사 때가 되어서 동창 신부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나가서 식사라도 하자. 이 근처 맛집이 있니?”
그런데 동창 신부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없어.”
“아니 왜 없어? 여기도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맛집이 없으려고?”
“맛집은 다 서울에 있지. 실력 있는 사람이 시골에서 장사하겠어?”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시골이라 사람이 없어 소비가 많지 않을 테니 당연히 특색있는 맛집이 있을 리가 없겠지요. 그래서 함께 간 집은 아주 허름한 가게였습니다. 메뉴판도 없었습니다. 그날 준비된 재료로만 만들어서 파는 백반집이었습니다.
가게는 깔끔하지 않았고 사람을 끌 만한 특색도 없는 집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친구와 함께 한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한 자리는 어떤 음식을 차려 놓아도 맛집 수준으로 올려놓습니다.
세상 사람은 맛집을 찾아다닙니다. 그래서 방송에서도 맛집 소개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혼자 외롭게 먹는 음식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큰 맛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먼저입니다.
예수님의 전교 여행은 너무나도 고된 여정이었습니다.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만나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들이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가도 어떻게든 쫓아옵니다. 예수님을 통해서만 자기들의 구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그들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복음은 전해줍니다. 피곤하다고 사람들을 외면하는 예수님이 아니셨습니다. 사람이 먼저였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자신을 따르기 위해 온 힘을 쏟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을 따른다는 우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사람을 먼저라고 생각하면서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자신만을 먼저 바라보면서 그들을 오히려 하나의 무거운 짐으로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늘 사람이 먼저였던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우리 역시 사람이 먼저라는 마음을 간직해야 합니다. 그래야 주님과 함께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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