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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3일 _ 정진만 안젤로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2-23 조회수 : 323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마태 5,44)


오늘 우리는 – 지난 주일(연중 제6주일)에 이어 - 산 위에서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예수님을 만납니다. 예수님은 참된 스승이자 율법과 예언서들을 완성하러 오신 메시아로서(마태 5,17) 당신의 제자들이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보여준 의로움을 능가하기를 바라십시다. 마태오 복음사가에 의하면, ‘넘치는’ 의로움은 하늘 나라에 들어가 그 곳에서 큰 사람이라고 불릴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됩니다(마태 5,20).


제자들은 예수님 주위에 모여앉아 “사랑”에 대한 가르침을 듣습니다. 그들에게 “사랑”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사랑에 관한 율법 조항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1독서에서 선포되었듯이, 하느님께서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모세의 율법은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형제를 미워해서는 안 되며, 그들에게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도 안 된다고 가르쳤습니다(레위 19,17-28 참조). 


하지만 “사랑”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모세가 가르쳤던 사랑의 계명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웃뿐만 아니라 원수까지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나를 싫어하는 이들, 나를 미워하는 이들, 심지어는 나에게 적대감이 있는 이들 모두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원수까지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원수까지 사랑할 때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마태 5,45).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을 통하여 차별없는 사랑, 곧 완전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셨고, 그 사랑을 통하여 당신이 누구이신지 알려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여주셨던 무차별적 사랑을 실천할 때, 사랑이신 하느님을 닮아 우리 역시 거룩한 존재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세리들처럼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방인처럼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하는 것이 결코 칭송받을 일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세리나 이방인과는 달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세리나 이방인처럼 행동할 때 예수님의 제자도, 하느님의 자녀도 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자녀가 되기 위해서 ‘하느님처럼’ 차별없이 사랑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누군가의 눈에는 어리석음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눈에는 그들이 어리석은 자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 따라, 우리는 지혜로운 자가 되기 위하여 어리석은 자가 될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1코린 3,18 참조). 

 

정진만 안젤로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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