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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2-29 조회수 : 306

예전에 잠을 자다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다리 쪽에 큰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었지요. 불을 켜고서 보니 다리에 무엇인가에 물린 자국이 있었고, 이불을 걷어보니 큰 지네 한 마리가 보였습니다. 맞습니다. 지네에 물린 것입니다. 그 순간 아픈 것을 넘어 분노가 일어났습니다. 지네를 처리하고(?) 다리에 소독약을 바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분노할 일인가?”

지네야 단순히 자신의 생존을 위해 했을 뿐인데 화를 내고 지네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도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범죄자보다, 자신을 문 지네에게 더 분노하고 미워합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 없이 순간의 불만족으로 미워했으며, 잘 모르면서도 내 기준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마음이 과연 맞는 것일까요? 미워할 근거가 있다고 하지만 나의 일상에서만 바라본 근거가 과연 제대로 미워할 이유가 될까요?

제대로 미워하고 있는지를 묵상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이유와 주님께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안의 미움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요? 

예수님께서 레위의 집에 가셔서 함께 먹고 마십니다. 당시 ‘세리’라는 직업은 동족에게서 세금을 거둬서 지배하고 있었던 로마에 갖다주었기 때문에 매국노라며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또 세금을 갖다 바치는 화폐에 로마 황제의 얼굴이 새겨져 있기에 우상 숭배에 빠진 사람이라며 가까이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습으로 세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이런 죄인과 함께 하는 예수님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당시 종교 지도자들의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분명히 근거 있는 생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예수님께 대한 미움의 감정 때문입니다. 율법에도 죄인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나오거든요. 미워할 이유도 분노할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자기 생각에 완전히 갇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아버지의 큰 뜻을 바라보지 못한 것이고, 이 결과가 하느님을 거부하게 된 것입니다. 

남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의 근거를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주님을 바라보는 데 집중한다면 주님께서 원하시는 뜻으로 내 이웃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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