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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3-02 조회수 : 313

선배 신부님과 술 한 잔 마시면서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죽음’을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즉, “왜 사람들은 죽기 싫어할까?”라는 것이었지요.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의 꿈은 하느님 나라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죽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당연히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 것이고, 오히려 큰 기쁨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에 불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은 좋은데, 곧바로 들어갈 수 없다는 불안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회개할 시간이 필요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곧바로 회개하고 사랑하기보다는 뒤로 미루면서 죄와 더욱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우리 영역이 아닌 하느님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죽음을 멀리하고 피하려고만 하면 할수록 더 큰 두려움 속에서 하느님 뜻을 받아들일 수가 없게 됩니다.

죽음을 피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죽음을 통해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을 기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못 박혀 돌아가셨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죽음을 죄악시해서도 안 되고 무서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진심 어린 회개와 이웃을 향한 사랑 실천에 집중한다면 죽음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 장면을 말씀하십니다.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각 사람의 잘잘못에 따라서 갈라놓으신다고 하시지요. 양이 의로운 사람들을 나타내는 까닭은 아무도 해치지 않고 온유하며 누구에게 해를 입어도 저항하지 않고 견디는 인내 때문입니다. 또 죄인을 염소라고 표현하는데, 변덕, 자만심, 호전성 같은 악덕이 염소의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님으로부터 의로운 사람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양과 같은 모습을 갖춰야 함을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이 양과 같은 모습이 진심 어린 회개를 하는 사람 그리고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주님께서는 이 땅에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오셨고 또 비천한 모습으로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그러나 최후의 심판 장면에서도 그럴까요? 아닙니다. 이때에는 영광에 옥좌에 앉으셔서 완전한 다른 모습으로 심판을 하신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영광의 주님 앞에서 나 자신은 어느 쪽에 위치하게 될까요? 양의 자리인 오른쪽에 위치하게 되는 사람은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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