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 제2주간 월요일 >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6,36)
'서품 성구!'
루카6,36의 말씀은 제가 서품 받을 때 선택한 성구입니다.
단순한 마음으로 이 성구를 선택했습니다.
신자들에게 다가가는 '따뜻한 사제', '자비로운 사제'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1991년 1월에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제가 신학교를 가겠다고 부모님께 처음으로 말씀드렸을 때, 아버님은 크게 반대하셨고, 어머님은 좋아하셨습니다.
아직도 "나는 좋아!" 하시면서 우셨던 어머님의 모습이 선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님께서 선종(1993.3.16)하신 후인 1995년(만30살)에 서울 신학교에 입학을 했고, 2004년 6월28일에 서품을 받았습니다.
사제 서품식 때 참 기뻐하셨던 어머님,
그러나 저는 그런 어머님께 따뜻하지 못했고, 자비롭지 못했습니다.
이번 어머님과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볼을 어루만지면서 이마에 입을 맞추고 꼭 안아드린 것이 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가 필요한 죄인입니다.
오늘 독서(다니9,4ㄴ-10)와 복음(루카6,36-38)이 전하고 있는 것처럼 자비는 '하느님의 이름'입니다.
자비로운 모습이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자비가 되어야 하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간직해야 할 모습입니다.
지금은 누구를 비판하면서 단죄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이 바로 하느님의 자비와 나의 자비가 필요할 때입니다. 하느님께서 만드시고 "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말씀하신 원창조 때의 모습을 깨트려 버린 인간의 욕심과 탐욕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가 필요한 때, 너의 대한 나의 용서와 자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따뜻한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입니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루카6,37)
오늘이 바로 그런 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산교구 이병우 루카 신부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