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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3-13 조회수 : 307

사람의 뇌는 순간순간의 정보를 모두 처리할 수가 없어서 시간의 축에 따라 띄엄띄엄 정보를 끊어 처리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 위에서 무언가가 연속적으로 움직인다고 인식하지요. 사실 1초에 24장의 정지화면을 보여 줄 뿐인데도 말입니다. 카페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에도 그렇습니다. 아주 시끌벅적한 공간인데도 내가 들으려고 하는 상대방에게 집중하다 보니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처럼 완벽하지 않은 우리입니다. 그런데도 완벽하다고 착각에 자주 빠지는 우리는 아니었을까요? 나만의 옳음을 주장하며 상대방의 틀렸음을 꾸짖습니다. 나의 선함과 달리 다른 사람은 악하다면서 비판합니다.

예전에 신학생 때 후배들을 많이 혼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후배의 모습이 잘못되었다면서 기합도 주고 언어폭력도 심하게 했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릅니다. 후배들이 그때의 이야기를 하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옳고 선함만을 주장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모습을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히 후회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복음은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 말씀입니다. 이 복음 말씀을 잘 보면 밭 임자가 소작인들에게 맡긴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밭 임자가 직접 포도밭을 일구어서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소작인에게 맡긴 일이라고는 그곳에 있는 것들을 보살피고 그들에게 주어진 것을 지키라는 것뿐이었습니다. 분명히 밭 임자는 자비로운 사람이었고, 소작인에게 큰 은혜를 베푼 사람입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그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오히려 종들을 죽이고 아들까지 죽이면서 잠시 맡긴 것뿐인 재산을 차지하려고 합니다.

바로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을 향한 말씀이었지요. 이점을 이들 역시 알고 있었지만, 군중이 두려워서 자제합니다. 주님의 경고에는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오로지 권력에 대한 사랑과 영광에 대한 갈망 그리고 세상의 것을 추구하는 마음이 그들의 눈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전혀 몰랐을 것입니다. 자신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만 집중하다 보니,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겠지요. 그래서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을 심판하고 단죄했던 것입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님께서 보여 주신 겸손을 본받아, 낮은 자리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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