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 신학교에 갈 것이라고 친한 친구들에게 말하자 다들 깜짝 놀라는 것입니다. 친구들의 기준에서 사제가 된 저의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신학교를 외부와 단절된 수도원을 생각했는지, 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반응은 이러했습니다.
‘어이없음, 놀람, 말도 안 됨.’
노는 것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제가 신부 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주변의 생각과 달리 신학교에 들어갔고 사제가 되기 위해서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신학교 들어간 지 10년 만에 사제가 되었습니다. 그때 친구들의 반응은 ‘불쌍하다’였습니다. 연애 한 번 하지 못하고 혼자 사는 독신의 삶이 불쌍하게 보였나 봅니다.
이제 사제가 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지금 친구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지금 만나는 친구마다 “부럽다.”라고 말합니다. 왜 이런 말을 할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단순히 가족이 없어서? 아니면 복잡한 이 세상 삶에 찌들어 있지 않아서? 그래서 친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해 보여.”
신학생 때, 그리고 신부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어렵고 힘들게만 보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삶 안에서 주님을 느끼면서 만족하고 기뻐하며 사는 행복이 보이는 것입니다.
주님을 알아가면서, 또 주님과 함께하면서 이제는 남들이 보기에도 행복한 모습으로 비치게 된 것이지요. 그만큼 성장한 것입니다.
사마리아 여인과 예수님의 대화를 오늘 복음에서 봅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들으면서 예수님을 더욱더 공경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세상의 관점으로만 보고 또 판단했지만, 예수님을 알아가면서 영적인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우리는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갖게 됩니다.
이제 여자는 그곳에서 발견한 생수를 자기 안에 지닌 채 물동이를 버려두고 갑니다. 사실 처음 예수님과 만났던 시간은 정오였습니다. 가장 더울 때였고 그래서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이 여인은 자신의 죄에 대해 부끄러워했고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우물가에서 들은 말씀을 고을로 돌아가 전함으로써 여자는 복음 전파자의 일을 하는 사도가 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이렇게 성장시킵니다. 그러나 주님과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그 대화가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를 통해 우리는 주님과 계속된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이로써 주님께서 주시는 성령을 받아서 영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마리아 여인처럼 주님을 세상에 알리지 않고는 못 배길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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