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군대에 다시 입대하는 꿈을 꿨습니다. 꿈속인데도 너무나도 억울했습니다. 분명히 제대했는데, 그래서 예비군과 민방위까지 모두 마쳤는데 다시 군대에 왔다는 사실이 눈물 나올 정도로 억울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고참 병장이 아니라 이등병이었습니다. ‘다시 군 생활을 30개월이나 해야 해?’하면서 화를 내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사실 군 생활을 통해 얻은 것이 참 많습니다. 그 시간이 쉽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시간이었고 저를 성장시켜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군대에 가라고 하면 “죽어도 못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꿈이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너무나도 생생했던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꿈꾼 것뿐인데 계속 걱정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다시 군대에 가게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럽다며 울고 있다면 어떨까요? 아마 다시 일어날 수 없는 일에 매여서 지금 충실히 살지 못하는 모습에 한심하다고 할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하는 걱정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또 일어날 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온갖 걱정으로 지금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것은 아닐까요?
꿈에서 깨어나면 그만인 것처럼, 내 생각의 굴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깨어나지 못한다면 지금을 제대로 살지 못해서 힘들고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벳자타 못에 가십니다. 이 벳자타 못은 사제들이 희생 제물로 바칠 짐승들을 씻는 곳으로, 사람들은 이 못의 물이 출렁이면 천사가 내려온 것으로 신체의 질병이 치유되리라고 믿었습니다. 이 믿음을 가지고 서른여덟 해나 앓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 긴 시간을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 고통이 사라지는 건강해지는 것에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건강해지고 싶으냐?”는 예수님 질문에 못 속에 넣어 줄 사람이 없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자기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가장 근본적인 치유를 잊어버린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를 일깨워주십니다. 헛된 생각의 굴레에서 깨어나라고,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라고 명령하십니다. 이는 지금까지 나를 지고 있던 육체를 들고 모든 선행 안에서 걸으라는 명령입니다. 단순히 병의 치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주어지는 주님의 명령입니다. 내 생각의 굴레에서 깨어나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실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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