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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4-07 조회수 : 298

제가 사는 강화에는 늘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입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도로가 꽉 막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도로가 막힐 때 급한 일이 있어서 성지 밖으로 나가게 될 때면 어떻게 빨리 이 교통 체증 구간을 통과할 것인지를 궁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로지 앞만을 바라보며 운전하게 됩니다(물론 요즘에는 관광객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강화대교에서 발열채크를 하다 보니 역시 많이 밀립니다).

며칠 전, 외출했다가 다시 성지로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어서 마음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이날도 차들이 많아서 교통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젼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차들의 흐름에 맞춰서 앞으로 가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입니다. 새로 생긴 가게들이 보였고, 새로 출시된 차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주변을 보면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성지에 무사히 올 수 있었습니다. 여유로움이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 줌을 깨닫습니다.

오늘 하루 보았던 풍경,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기억하십니까? 풍경과 사람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순간을 만족스럽게 살 수 있는데, 너무 바쁘게 앞만 보며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놓치며 사는 것은 아닐까요? 세상의 가치로 볼 때 중요하다면서 정작 행복해질 수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는 나 자신은 아니었는지를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신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산란하십니다. 바로 자신을 배반할 유다 때문인 듯,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유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꾸짖으셨지만, 유다는 자신의 약한 곳을 공격하는 사탄에게 향합니다. 유다의 약한 곳은 물질이었습니다. 복음에서는 유다가 돈주머니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 돈을 가까이하면서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소홀히 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유다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요. 그러나 희망을 잃어버리고 용서를 청하지도 않습니다. 예수님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겠다고 베드로의 용감한 단언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세 번이나 예수님을 배반하는 헛말이 되었습니다.

그 모든 사실을 알고 계신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산란하실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보시는 예수님의 마음은 어떠하실까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만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이기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지금에 충실하지 못하고 과거에 연연하고 미래를 걱정만 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과연 환하게 웃으실 수가 있을까요?

더는 주님의 마음을 산란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주변의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바라보면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제는 주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려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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