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2,24―13,5ㄱ
요한 12,44-50
빛으로 오신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주님이십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때로 본의 아니게 짙은 어둠 속에 머무르는 순간이 있습니다.
곰곰히 따져보니 그 순간은 견디기 힘겨운 고통과 슬픔의 순간이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해본 순간, 억울한 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왜 굳이 당신께서 애지중지하시는 인간에게 아픔과 상처를 경험하게 하시는가? 의아해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하나 하나 따져보니, 그 혹독한 순간 역시 큰 틀 안에서 은총의 순간이요 보석같은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견디다보니 아픈 것은 나았고, 상처는 아물었습니다.
눈물을 끝내고 바라본 세상은 분명 똑같은 세상인데도 훨씬 더 소중하고
더 아름다워보였습니다.
따지고 보니 아픔이라는 것이 오히려 살아있음에 대한 신호였습니다.
결국 상처라는 것 이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훈장이요 영예가 될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의식의 전환은 우리가 어둠 속에 머물러 있느냐?
아니면 환한 빛 가운데로 나오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부족하고 유한한 인간 존재로서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할 갖은 고통과 상처 속에서도 낙천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거듭 건너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육에서 영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인간에게서 주님께로 건너가는
노력 말입니다.
오늘도 어둠 속에 방황하는 어린 새 한 마리 같은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너무도 은혜로운 한 말씀을 건네십니다.
“나는 빛으로 이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곳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기 때문이다.”
(요한 복음 12장 46~47절)
깊고 어두운 동굴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빛처럼 고마운 존재가 다시 또 없을 것입니다.
어둠에 사로잡혀 있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 한명 한명을 위해 예수님께서 친히 빛으로 다가오십니다.
빛으로 다가오신다는 것은 나와 함께 하신다,
내 어두운 인생길에 동행하신다, 내 공간 안에 함께 현존하신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종종 체험하는 바입니다만, 우리가 극심한 육체적 영적 고통에 사로잡혀 있을 때, 큰 고민속에 앉아 있을 때, 혹은 영적 암흑기에 머물러 있을 때, 그 누군가 따뜻한 동반자가 그저 함께 있어줄 때, 아뭇소리 않고 동고동락할 때,
존재 자체로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그런 순간 위안을 준 누군가는 종종 혈육보다 더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우리 삶의 깊은 곳에 자리한
어둠의 공간 안으로 기꺼이 들어와주었기 때문에, 함께 머뭄으로서 결코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가 나와 강한 결속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은 결국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주님,
지극히 하찮은 나와 삶을 공유하시러 오신 주님이십니다.
그분은 모든 측면에서 우리와 결속되고 공유함을 통해 기쁨의 슬픔, 희망과 절망을
함께 나누기 위해 오신 자비의 주님이십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