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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30일 _ 조명연 토마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5-30 조회수 : 311

한국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나라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창 놀아야 할 어린이까지 이 경쟁의 무대에 올라가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각종 학원을 섭렵합니다. 신부가 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서울에서 어떤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강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1등만이 기억되고 살아남았습니다.”

이 강사는 당시 유명한 컴퓨터 잡지의 사장님이었고, 실제로 이 잡지는 업계에서 항상 1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잡지를 20년이 지난 지금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몇 년 뒤에 폐간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2등이었지만 사람들이 아직도 기억하는 잡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출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등도 기억됩니다. 또 2등도 살아남습니다. 1등만이 최고라 생각하는 경쟁의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그리고 꾸준한가가 중요합니다.

신앙도 그렇습니다. 반짝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어떤 형제님께서 “신부님, 제가 그래도 어렸을 때 복사도 서고 정말 열심히 성당에 다녔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지금은요?”라고 물으니, “지금은 사는 게 바빠서 못 다닙니다. 냉담 중이죠.”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습니다.

신앙도 꾸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짝이는 1등보다, 그렇게 특출나게 보이지는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하면서 꾸준히 주님과 함께 하는 이를 기억하십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가 어떻게 되겠는지를 묻습니다.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라는 의문을 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에 대해 부러운 마음에 그런 질문을 던졌을까요? 아니면 오지랖이 넓어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랬을까요?

이는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후 베드로가 담대함을 지니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베드로는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 교회의 반석이라는 영예를 얻었고, 또 하늘나라의 열쇠까지 받게 됩니다. 그러나 그가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이런 영광을 주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베드로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주님을 팔아넘길 자가 누구냐고 자신이 직접 말하지 못하고,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물어보라고 시킬 정도로 소극적이었습니다. 또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면서 예수님을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했던 그가 예수님께 다른 제자에 대해 직접 질문합니다. 이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에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도 부족함 투성입니다. 그래서 지금 모습은 분명히 1등이 아닙니다. 그러나 꾸준히 주님의 뜻을 따라가면서 자기 자리에 충실할 때, 우리 역시 주님께서 기억하시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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