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벗 나>
2020. 05. 30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요한 21,20-25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와 베드로, 엮은이의 맺음말)
그때에 베드로가 돌아서서 보니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 제자는 만찬 때에 예수님 가슴에 기대어 앉아 있다가, “주님, 주님을 팔아넘길 자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던 사람이다. 그 제자를 본 베드로가 예수님께,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형제들 사이에 이 제자가 죽지 않으리라는 말이 퍼져 나갔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가 죽지 않으리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 제자가 이 일들을 증언하고 또 기록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증언이 참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 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 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길 벗 나>
길이 있고
길이 부르니
내가 따른다
걸어야 할
길이 있어
내가 걷는다
어찌
걸어야 할 길이
나만 부르겠는가
하여
길을 걷다
길과 나 사이
벗들을 만난다
함께 길을 걷다
내가 벗에게
벗이 나에게
길이 되어준다
그러다 때론
함께 걷는
벗에 홀려
길을 잃는다
나를 홀린
벗이 아니라
벗에게 홀린
내 탓이다
벗이 있으면
함께 힘차게
길을 걷고
벗이 없으면
홀로 당당하게
길을 걸으면 될 뿐
걸어야 할
길이 있고
걸어야 할
내가 있다
길과 나
사이에
함께 걷는
수많은 벗들이 있다
때로는
내가 벗에게
벗이 나에게
길이 되어줄지언정
함께 걸어야 할
단 하나의 길은
따로 있다
그 길
부르는 길
걸어야 할 길
나와 벗
서로 홀림 없이
서로 다툼 없이
묵묵히 걸을 때에
오직 그러할 때에
비로소
내가 벗에게
벗이 나에게
길 닮은 길이
되어줄 수 있다
길을 걷는다
벗 아닌 길을
나 아닌 길을
그 길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