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 [연중 제9주간 금요일]
2티모테오 3,10-17
마르코 12,35-37
이런 메시아 예수님이 너무 좋습니다!
유다인들은 메시아와 관련해 한 가지 큰 기대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윗가문에서 출생한 메시아, 힘과 능력을 갖춘 정치인으로서의 메시아, 결국 로마의 압제로부터 민족들을 해방시켜줄 해결사로서의 메시아, 그래서 이스라엘을 온 세상의 중심이 되게 하는 정복자로서의 메시아를 기대했습니다.
그 메시아는 꼬질꼬질한 이 세상의 현실을 한 단계 뛰어넘는 메시아, 보통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초인(超人) 메시아, 이 부조리한 세상을 한방에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의 메시아, 오랜 인간의 소원을 넘치도록 충족시켜줄 기적의 메시아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허무맹랑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트리셨습니다.
그들의 그릇된 메시아관에 정면으로 반박하셨습니다.
당신은 철저하게도 비폭력주의자로 처신하셨습니다.
완벽한 평화주의자로 살아가셨습니다.
유다인들 입장에서 막상 눈앞에 드러난 메시아 예수님의 모습은 너무나 기대 밖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초라했습니다.
범인들의 삶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밥 같은 것 안 먹어도 되는 메시아, 화장실도 안가는 고상한 메시아를 기대했던 유다인들은
동네잔치 상에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예수님,
세상 사람들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포도주잔을 기울이는 예수님의 모습에
엄청 실망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메시아 예수님이 너무 좋습니다.
한없이 부족한 인간과 마주 앉아 소주잔을 주고받는 메시아, 한잔 술에 기분이 좋아져 죄인인 인간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하고 노래 부르는 메시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메시아...
참된 메시아는 이 세상의 왕이 아니라 이 세상을 초월하는 왕입니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아시리아와 페르시아, 이집트뿐만 아니라 온 세상 전체를
다스리실 왕 중의 왕이십니다.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께서는 잠시 지나갈 이 현세에 기반을 둔 왕이 아니라 영원한 도성,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 아버지께 기반을 둔 왕이십니다.
예수님은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왕, 힘의 논리에 의존하는 그런 왕이 절대 아니셨습니다.
거듭되는 폭력과 압제, 비인간화 앞에서도 끝까지 견뎌내며, 끝까지 용서하며, 박해자마저 사랑으로 감싸 안은 사랑의 왕이셨습니다.
유다인들의 치명적인 실수는 예수님을 자신들의 사적인 욕구를 상시적으로 채워주는 개인 비서,
해결사, 심부름꾼으로 전락시키고 만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 마술사로 격하시키고 만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메시아 상은 어떠한지 진지하게 돌아봐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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