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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6-08 조회수 : 318

영화를 잘 보지 않아서 극장을 간 지도 꽤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고등학생 시절 때만 해도 극장을 수시로 찾았습니다. 학생이라 돈이 없는 관계로 개봉관이 아닌, 영화 한 편 보는 가격에 두세 편을 볼 수 있는 극장에 가서 온종일 영화를 본 적도 많았지요. 또 지금처럼 좌석제가 아니었기에 똑같은 영화를 2~3번 본 적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영화를 좋아했던 저였습니다.

당시 왜 그렇게 영화에 빠졌을까 생각해보면 재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극장에 붙은 영화 대형 그림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호기심이 왕성했던 시절, 이 그림판은 ‘꼭 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끔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이 대형 그림판을 볼 수 없습니다. 또 당시처럼 인기 있어 화제가 된 영화를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설 필요 없이 예약만 하면 편하게 그 시간에 맞춰서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당시가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분명히 지금보다 불편했던 환경이었는데 말입니다.

불편했던 기억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리움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는 고통과 시련 역시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진실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이런 기억 역시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 어렵고 힘든 상황이 행복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또 내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는다고 해서 이 역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은 세상의 관점을 뛰어넘는 것이 분명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산 위에서 사람들에게 ‘행복선언’을 발표하십니다. 이 행복선언의 첫 마디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의 부를 경멸하고 하느님 안에서 부유하게 된 이가 하늘 나라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행복선언은 우리 세상에서의 관점을 완전히 뒤바꿔 놓습니다.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이 최고라고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대신 하늘 나라를 차지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이를 믿는 사람은 영광스러운 보상을 생각하면서 세상의 어떤 고통이라도 견뎌낼 준비가 늘 되어 있습니다. 하늘에 있는 것을 누리기 바라는 이는 땅에서 받는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금 세상의 관점으로 볼 때 불행하다면서 불평불만을 던질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하늘 나라의 영광에 부합한 지를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순간의 행복이 아닌 영원한 행복, 순간의 만족이 아닌 영원한 만족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제시하십니다. 이 행복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영원한 만족을 이룰 수 있도록 주님 뜻에 맞게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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