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9권이나 출판했고, 매달 묵상 잡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에 20년째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서 글 쓰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겠다고 말씀하시지만, 점점 더 글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부족한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그런데 처음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릴 때만 해도 그렇게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고 있는 나에 대해 ‘열심히 살고 있다’라는 특별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20년 전의 글이 훨씬 나은 글이었을까요? 자신감 넘치게 쓴 글이지만, 지금 읽어보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이런 글을 어떻게 인터넷에 올릴 생각을 했냐며 부끄럽기만 합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요. 우리 역시 많이 알면 알수록 겸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겸손이 부족하다면 그만큼 앎이 없는 것입니다.
주님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알면 알수록 주님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알면 그만큼 겸손해지는 우리가 됩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제시하십니다.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고,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 겉옷까지 내주고, 천 걸음을 가지고 강요하면 이천 걸음을 가 주라는 말씀은 세상이 보여 주는 모습과는 전혀 다릅니다.
주님을 따르는 길은 겸손의 길임을 보여 주십니다. 복수하는 삶도 아니고, 자신의 것만을 챙기는 삶도 아니고, 오히려 어리숙하고 미련해 보이는 삶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따르는 사람은 겸손의 모습으로 사랑을 철저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이렇게 살아갈 때, 주님을 알게 됩니다.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으며, 주님을 통해 참 행복의 길이라 할 수 있는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겸손의 삶도 사랑의 삶을 외면하면서 철저히 세상의 논리를 통해서만 살아가려고 할 때, 우리는 주님을 진정으로 알 수 없게 됩니다. 그냥 급급하게 지금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을 알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의 지혜보다는 주님의 지혜를 따를 수 있어야 합니다. 미련하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참 행복의 길로 갈 수 있는 길을 기쁜 마음으로 따를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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