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0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이사야 61,9-11
루카 2,41-51
성모님의 신비를 이해하면 할수록 예수님의 신비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깊어질 것입니다!
돌아보니 한없이 부실한 내용이었지만 가톨릭평화방송과 성바오로 수도회가 공동 주관한 아레오파고스 성모님 편 열번의 강좌를 끝냈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크게 느낀 것 한 가지는 우리 가톨릭 신자들께서 지니고 있는 성모님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성모님이 어떤 분이신가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진정한 가톨릭 신자로서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일임을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모 신심에 있어서 늘 주의해야 할 것은 성모님에 대한 지나친 과장이나 확대해석,
왜곡이나 그릇된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성모 신심은 결코 단독 교과목이 아닙니다.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론과 결부시켜야 마땅합니다.
성모 신심은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 안에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예수님께서 중심에 계시고, 그 옆에 성모님이 계십니다.
성모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모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성모님의 신비를 이해하면 할수록 예수님의 신비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깊어질 것입니다.
성모님이 공경 받으실 때, 그것은 아들 예수님께 영광이 됩니다.
성모님이 찬미 받으실 때, 그것은 아들 예수님께 영예가 됩니다.
두 분을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속에 계십니다.
인류 구원 사업이라는 사명과 운명을 공유하신 분들이기에 그렇습니다.
척박한 산골 나자렛에서 태어나신 마리아께서 평생에 걸친 순명과 기도, 각고의 노력 끝에
영광스럽게도 하느님의 어머님이 되셨습니다.
성모님의 생애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에게도 큰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한없이 부족한 우리들이지만 우리도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하느님의 큰 영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우리는 기억해야겠습니다.
어제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에 이어 오늘 우리는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두분은 언제나 딱 붙어 계십니다.
성모님의 마음이 곧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두 마음은 언제나 함께,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갑니다.
두 마음은 언제나 굳게 결속되어 있습니다.
오늘 읍내 병원에 다녀오다가 특별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면사무소를 지나오게 되면, 그 뒤로 저희 수도원까지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한적한 도로입니다.
분교 앞을 지날 때였습니다.
예쁘게 생긴 어미꿩의 인도에 따라 열마리나 되는 아기꿩들이 줄줄이 차도를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녀석들이 안전하게 건너갈 수 있도록 멀찌감치 차를 세우고, 진풍경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음 속으로 녀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나쁜 사람 아니란다. 내가 지켜줄테니 다른 차들 오기 전에 빨리들 건너가거라!’
제가 갑자기 나타난 돌발 상황 앞에 어미꿩은 엄청 당황한 것 같았습니다.
도로 중간 쯤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다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생각을 바꿔서 아기들을 이끌고 나름 초스피드로 건너갔습니다.
부화한지 얼마되지 않은 아기꿩들은 나름 최선을 다해 어미꿩을 따라갔지만, 보폭이 짧은 탓에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기 꿩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어미꿩의 모습이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모성이라는 것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새끼들이 알에서 부화하고 나면 그 뒤로는 완전히 어미 자신을 잊습니다.
하루 온 종일 목숨까지 걸어가며 새끼들을 먹여 살립니다.
혹시라도 침입자가 새끼들을 공격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성모님 역시 아기 예수님을 출산하신 이후의 삶, 보통 어머니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을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앉은 성모님의 마음은 다른 어머니들보다 더욱 특별했을 것입니다.
더 조심스러웠고, 더 노심초사했고, 더욱 많은 신경을 쓰셨을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날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순간 순간 지켜보신 성모님은 혹시라도 나로 인해 아기 예수님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태산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성모님은 늘 묵묵히 예수님을 위해 엄마로서의 최선을 다했습니다.
예수님이 있는 곳에 늘 계셨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 언제든지 응했습니다.
잠시도 떨어져있지 않고 예수님 주변만을 맴돌며, 예수님만을 바라보고, 예수님만을 사랑하고, 예수님만을 연구하고, 예수님만을 관상했던 예수님의 사람이 바로 성모님이셨습니다.
교회의 어머니요, 세상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는 아들 예수님을 향해 지니셨던 똑같은 마음으로 오늘 우리 각자를 굽어보십니다.
어린 새같은 우리가 걱정되서 늘 노심초사하십니다.
우리가 아무런 탈없이 하루 하루를 지내기를, 아버지의 따뜻한 품을 떠나 방황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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