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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6-28 조회수 : 334

어렸을 때 모래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공사장에 쌓여 있는 모래 더미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모래성을 쌓으며 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저씨가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한참 동안 쌓아 올린 모래성을 발로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놀면 안 돼. 이곳은 위험하니 나가 놀아.”

같이 놀고 있던 친구와 그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우리는 이 아저씨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정성을 다해 쌓고 있는 모래성을 발로 부쉈다면서 말이지요. 

어른이 된 지금, 아직도 그 무너진 모래성을 안타까워할까요? 이제는 별것 아니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험한 공사판에서 노는 우리를 쫓아내기 위한 아저씨의 행동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아까워하고 억울해하는 일들을 겪습니다. 하지만 그 일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별것 아닌 것으로,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늘나라에서는 어떨까요? 부족함이 전혀 없는 만족으로 가득한 곳에서 지금의 아쉬움은 특히 별것 아닌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현재 아까워하고 억울해하는 일을 비롯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가 장차 갈 하느님 나라에서가 아닐까요? 그래서 그 나라에 들어가는 방법을 제시하신 주님의 말씀에 더욱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하느님 사랑보다 가족 사랑을 앞에 두지 않도록, 즉 모든 관계에서 사랑의 우선순위를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가족들을 사랑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보다 하느님 사랑이 더 위에 있으며, 심지어 자기 목숨보다도 더 우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위해 죽어서 영원히 사는 것이 인간적인 이익을 위해 살다가 영원한 죽음을 당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나의 제자가 될 수 없다.”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은 자신의 몸과 함께 죄스러운 버릇과 즐거움을 십자가에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하느님께 두는 사람에게 합당한 상이 주어집니다.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생명은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상입니다. 

세상의 모든 어려움과 힘듦이 사라지는 나라, 더는 억울하지도 않고 아까워할 것이 없는 나라, 커다란 기쁨 속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라, 이 나라를 향한 우리의 노력을 늘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하느님께 우선순위를 두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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