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제 조카가 집 축복을 해달라고 해서 집을 찾아갔습니다. 신혼여행을 하고 온 뒤에 찾아간 첫 방문이었지요.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집이 너무 넓게 느껴져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둘이 사는데 왜 이렇게 큰 집을 구했니?”
아직 아기도 없는 상태에서 둘만 쓰기에 이 집은 너무나 커 보였습니다. 조카는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짐이 없어서 그래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살림살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또 집이 커 보이는 이유는 벽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베란다의 공간을 터서 거실로 사용하니 훨씬 더 넓어 보였습니다.
집이 넓어 보이는 이유는 벽이 없고 물건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실제로 벽이 많은 건물 안에 들어가면 좁아 보인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세간살이가 많으면 아무리 넓은 집이라고 해도 좁게만 느껴집니다.
우리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요? 마음이 넓은 사람을 잘 보십시오. 우선 마음에 벽이 없어서 누구나 포용합니다. 또 복잡한 문제들로 마음을 채우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넓은 마음을 가진 큰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이렇게 큰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계속해서 알려주었으며,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기적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실제로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었던 벳사이다와 카파르나움에서 벙어리들이 목소리를 찾아 주님을 찬양하고 눈먼 이들이 보고 귀먹은 이들이 듣고 다리 저는 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죽은 이들이 되살아났습니다. 그러나 이를 직접 보고서도 믿음에 대한 그리고 회개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마음에 불신의 벽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세상 것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각종 지저분한 짐들을 마음 안에 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람들을 회개시키려고 매섭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외침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전해집니다. 불신의 벽을 계속 쌓아가는 우리를 향해, 욕심과 이기심 그리고 각종 죄로 마음을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는 우리를 향해 똑바로 살아야 함을 경고하십니다.
이사야 예언자도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이사 7,9)고 말씀하십니다. 굳은 믿음을 갖고서 주님의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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