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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7-25 조회수 : 345

언젠가 신부님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난 후배 신부들에게 “잘 지내니?”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거의 모두가 “피곤해요.”라는 답변입니다. 사실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잘 지내냐고 물으면 제1순위의 답변이 ‘피곤하다’라고 하더군요.

지구란 땅덩어리에 사니 피곤한 것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지구는 허공에 뜬 채 매일 시속 108,000km로 공전하고 시속 1,660km로 자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지구에 몸담고 있어서 피곤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어떤 신부에게 “잘 지내니?”라고 묻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관심을 주어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는 것입니다. 순간 다르게 보였습니다.

피곤하다는 말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질문에 긍정적인 답과 감사를 표현하는 이 신부가 제일 잘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하는 뻔한 답보다 남들과 다른 긍정과 감사를 표현하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부정적인 마음이 사라지고 긍정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세상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베대오의 두 아들과 그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청을 올립니다. 즉, 하늘나라에서 이 두 아들이 예수님의 양쪽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이었습니다. 발 빠르게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문제는 세상의 관점과 주님의 관점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하늘나라에서 주님의 양쪽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주님께서 마시려는 고통과 수난의 잔을 함께 마실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 나라는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닌, 서로 사랑하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높은 사람이 되려 하기보다, 섬기는 사람이 되라고 명하십니다.

주님께서 짊어지신 십자가를 고통과 시련이라는 부정적인 마음으로만 바라보는 사람은 세상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를 사랑의 또 다른 표현으로 주님과 함께 하는 기쁨의 십자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주님과 함께 하느님 나라의 영광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주님을 생각하면서 고통과 시련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이 있는지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 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2코린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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