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장애증, 일명 치매에 걸리신 아버지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지금의 이 약한 모습을 이제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건강에 특히 관심이 많으셔서 건강에 관한 책도 쓰시고 실제로 아주 건강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넘어져서 골절을 입게 되어 수술하시게 되었습니다. 그 뒤 여러 차례 수술하게 되었는데, 그 여파로 건강과 기억을 잃으신 것입니다.
‘누우면 죽는 거야’라고 말씀하시면서 주무실 때 빼고는 절대로 눕지 않으셨던 분이 이제는 계속해서 누워만 계십니다. 책 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셨던 분이 이제는 활자로 된 것을 아예 읽지 않으십니다. 그러다 보니 안경도 쓰지 않으십니다.
코로나 19사태로 매주 미사를 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시간 날 때마다 미사를 함께 봉헌하는데, 치매로 많은 것을 잊었어도(심지어 저를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기도문은 모두 외우신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언젠가는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을까요? 그러나 다 잊어버려도 제 아버지처럼 주님만은 꼭 기억하고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를 위해 주님을 더 많이 만나고 대화를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장차 갈 곳인 하늘나라는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그 나라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곳이지만, 많이 사람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 가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은 것처럼 생각하면서 자신과 상관없는 나라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하늘나라는 상상 속의 나라도 아니고, 먼 훗날에 들어갈 나라도 아닙니다. 지금부터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고, 실제로 지금의 삶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유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겨자씨처럼, 또 누룩처럼, 시작은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그 결말은 놀랍도록 위대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비유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는 나의 삶 전체에 해당하는 큰일이 될 수 있음을 떠올리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하느님과의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것은 다 잃어버려도 하느님과의 기억은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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