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7월 3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7-30 조회수 : 356

사제 서품을 받고 나서 얼마 안 되었을 때,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미사 강론 중에 어떤 말을 해도 사람들의 반응이 없는 것입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해도, 또 진지한 이야기를 해도 똑같이 무표정입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반응이 없는지….’를 당시의 본당 신부님께 여쭤보았습니다. 저한테 뿐만 아니라, 본당 신부님의 강론에도 똑같이 반응 없음이었거든요.

본당 신부님께서는 “원래 그래.”라고 대답해주셨습니다. 점잖은 것이 우리 사회의 미덕처럼 되어있어서 반응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조금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2002년 월드컵 때 다시 혼란이 왔습니다. 응원하는 우리나라 국민은 전혀 점잖지 않았습니다. 열정적인 분위기 안에서 신나게 응원하는 모습에서 원래 그렇지 않음을 본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을 읽고 이곳저곳에 가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교수법을 배우고, 코칭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었구나.’

우리는 ‘원래 그래.’라는 말로 자신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원래 그런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주님에 대해서도 “원래 그래.”라는 테두리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가장 다양한 모습으로 또 뜻밖의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인데 말입니다.

주님은 원래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분이십니다. 이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겸손하게 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자기 뜻은 내려놓고 주님의 뜻을 따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가 되어야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선택을 받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세상 종말에 맞이하게 될 우리의 심판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 안에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리는 것처럼, 세상 종말에 우리 역시 이렇게 구분되리라는 것입니다. 특히 악한 자들이 갈 곳은 불구덩이 속으로, 이곳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

이 주님의 강한 경고 말씀을 떠올리면서 자신을 내려놓고 대신 주님을 높일 수 있는 삶을 지금 살아야 할 것입니다. 자신을 높이는 삶을 살면 늘 내가 기준의 우선 점이 됩니다. 그러나 주님을 높이는 삶을 살면 늘 주님이 기준의 우선 점이 됩니다.

주님께서는 내 생각대로 움직이는 원래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따라서 내가 주님의 뜻대로 움직이는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