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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3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7-31 조회수 : 349

7월31일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 기념일] 
 
예레미야 26,1-9
마태오 13,54-58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꿈꾸던 왕의 장교에서
성모님의 기사(騎士)로 다시 태어난 이냐시오 로욜라! 
  
이냐시오 성인의 생애는 풍파 많고 우여곡절 투성이인 우리네 삶에 큰 위안과 위로를 건네주고 계십니다.  
 

하느님을 향해 걸어갔던 그의 여정은 참으로 파란만장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기사(騎士)로서의 큰 성공을 꿈꾸었습니다.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그는 왕에 대한 대단한 충성심을 드러내며 목숨까지 걸고 싸웠습니다. 
 
그러나 그를 위한 하느님의 뜻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1521년 침략해온 프랑스군과 맞서 싸우던 그는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날아온 포탄에 맞아 한쪽 다리는 부러졌고, 다른 쪽 다리마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얼마나 상황이 심각했던지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병자성사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은혜롭게도 이냐시오는 그 시점에서 자신의 인생 여정 안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 하나를 마련합니다.  
 
주님의 자비에 힘입어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 그는 회복과정에서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인열전’이란 영성서적을 손에 듭니다. 
 
처음에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읽기 시작했던 그 책들이 그를 천천히 주님께로 안내했습니다.
그는 조금씩 세상의 덧없음과 허무함을 알아갔습니다.
그리고 보다 가치 있는 일, 보다 의미 있는 일, 보다 영양가 있는 인생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세속적인 성공하기 위해 아낌없이 쏟아 부었던 에너지를 예수 그리스도께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왕의 충직한 기사를 꿈꾸었던 그는 이제 하느님의 충성스런 군사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투병 중이던 이냐시오가 우연히 손에 쥔 영성서적에 자기도 모르게 심취해가던 어느 날,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계신 성모님의 환시(幻視)를 목격하게 됩니다.
이 환시를 통해 그는 크나큰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지난 경솔했던 삶에 대한 강한 혐오감에 몸을 떨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결정적인 회개의 은총을 입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이후 그는 삶을 마치는 날까지 다시는 죄에 빠져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회개의 길에 들어선 이냐시오는 본격적으로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묵상을 거듭했습니다.
중요하다고 여긴 내용들은 모두 자신의 노트에 기록했습니다. 
 
새 삶을 향한 각오라도 하는 듯 경건한 마음으로 한자 한자 정성껏 적어나갔는데, 그 분량이 300여 페이지에 달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그가 적은 내용 중에 예수님에 관한 말씀은 빨간 색 펜으로, 성모님에 관한 말씀은 파란색 펜으로 적었습니다. 
 
간병인의 부축을 받지 않고 홀로 일어설 수 있게 된 그는 로욜라 성내에 있는 성모님 경당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1522년 3월 몸을 추스른 이냐시오는 고통의 성모님 상본과 성모소일과 기도서를 들고
로욜라 성을 떠납니다.
성지 순례와 동시에 새 인생을 길을 출발한 것입니다. 
 
이냐시오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당시 중요한 성지 순례 장소 중에 하나였던 몬세라트의 베네딕토 수도원 성모님 성전이었습니다.
거기서 그는 밤을 꼬박 지새우며 자신을 회개의 삶으로 이끌어준 성모님께 깊은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또한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새로운 인생 여정에도 늘 동반해주시기를 간절히 청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니고 있던 화려한 갑옷과 기사의 상징인 칼을 성모상 앞에 봉헌하였습니다. 
 
그가 칼 대신 손에 쥔 것은 순례자임을 상징하는 허름한 지팡이였습니다.
자신이 걸치고 있던 화려한 옷들 역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벗어준 그는 거칠고 투박한 순례자의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이렇게 그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꿈꾸던 왕의 장교에서 성모님의 기사(騎士)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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