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8월 2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8-02 조회수 : 339

8월 2일 [연중 제18주일] 
 
오늘 독서에서 ‘음식’, ‘잔치’, ‘빵’, 그리고 ‘물고기’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상징적 표징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표현되고 있다. 이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이 스스로 그 사랑을 저버리지만 않으면 절대로 거두어지지 않는다. 
 
제1독서: 이사 55,1-3: 나의 말을 들어라. 맛좋은 음식을 먹으리라 
 
제1독서는 ‘계약’에 대해 말하고 있다. ‘들음’과 ‘귀 기울임’을 강조하기 때문에 계약이란, ‘말씀’에 대한 순종과 충실성을 전제로 한다. 즉 인간이 하느님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잔치’는 그분의 말씀을 듣는 잔치이다. 때문에, 우리가 ‘말씀의 식탁’(계시 21)을 먼저 갖지 않는다면 성찬의 식탁은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복음: 마태 14,13-21: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말씀’의 능력을 마태오는 빵의 기적을 통해 강조하고 있다. 마태오는 그 기적이 “외딴곳”에서 일어났다(13절)고 하면서,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니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15절)라고 청하고 있다. 이렇게 말한 것은, 마태오가 예수님의 모습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며 만나를 먹게 한 기적(탈출 16장)보다 더 위대한 기적으로 백성을 배를 불리시는 새로운 모세로 표현하고 있다. 
 
예수께서는 인간들의 구체적인 문제에 동참하신다.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14절)는 예수께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입장에 함께 하신다는 것이다. 이 ‘가엾은’이란 사람들의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영적인 좌절의 상태에까지 확대한다(마르 6,34 참조). 빵의 기적도 예수께서 다른 사람들의 궁핍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나타난다. 그것은 사람들의 필요를 사랑으로 이해한 행위의 결과이다. “오천 명가량 되는”(21절) 사람들은 먼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허기지고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가까운 마을로 보내 “먹을거리를 사게”(15절) 예수께 말씀을 드리지만, 예수께서는 그들의 허기를 걱정하시고 특히 연약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염려하신다(마태 15,32 참조). 그러므로 기적은 능력의 행위로서가 아니라 사랑과 동참의 행위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한, 기적은 ‘함께 나누는’ 데서 일어난다. 즉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17절)는 적은 것이고 ‘얼마 안 되는 것’이었지만 함께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날 수 있었다. 물론 기적을 이룬 것은 예수님의 권능이었지만, 그 기적은 나누려고 했던 마음 자세가 더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이르시니, 제자들이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것들을 이리 가져오너라.’ 하시고는….”(16-18절). 예수님께서는 사랑으로 나누어지는 행위를 통해서 기적을 이루어주신다. 이렇게 하느님은 항상 우리 인간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16~18절.) 
 
우리가 이제 그리스도께서 빵의 기적을 행하실 때 가지셨던 ‘가엾음’을 가질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먹은 사람은 여자들과 아이들 외에 남자만도 오천 명가량이었다.”(20-21절). 남은 조각 ‘열두 광주리’로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에 대한 보상으로 이미 충분하지 않겠는가! 
 
이제 예수께서는 아버지의 영광 안에 들어가셨지만, 사도들과 또 그들의 사도직을 이어받는 사람들을 통하여 당신의 백성들과 계속 함께하실 것이다. 사도적 봉사란 예수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수께서 베풀어주셨던 그 선물을 베풀어주는 것이다. 그분의 말씀과 그분의 몸과 피로 이루어주시는 놀라운 이 기적의 ‘잔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얼마 안 되는 빵과 물고기를 나누려는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만이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가 정말 모든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왕국이 될 것이다. 주님 구원의 은총이 모든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으려면 지금 이 시대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조그만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마음과 또한 그것을 주님 앞에 가져다 바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인간적인 노력이 있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것으로 위대한 기적을 이루어주실 것이다. 이러한 삶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모두 물질적인 음식보다는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원의 양식으로 취해야 하는 이유이다. 항상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삶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살면서 하나가 되어, 주님께서 원하시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거행하는 성체성사가 진정 우리가 모두 누려야 하는 진정한 사랑의 잔치이며, 우리에게 구원을 받게 할 것이다. 사랑으로 하느님 안에 우리의 것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우리를 하느님 사랑에서 떼어놓지 못할 것이다.”(로마 8,35.37)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의 힘으로 자신의 구원에 장애가 되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자신이 언제나 주님 안에 살며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