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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08-10 조회수 : 357

8월10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 축일] 
 
2코린토 9,6ㄴ-10
요한 12,24-26 
 
이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교회의 보물입니다! 
 
 
라우렌시오 부제는 초세기 교회 식스토 2세 교황님의 충실하고 정직한 비서이자 관리인이었습니다.
교회가 박해 당하고 있었던 아주 어려운 시기였지만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던 그는
기쁜 마음으로 교황님을 보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교회에 대한 박해가 점점 심해지던 어느날 교황 식스토 2세는 지하 무덤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로마 황제 발레리아누스는 지체 없이 교황님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으며 교수형에 처했습니다. 
 
교황의 오른팔 격이었던 라우렌시오를 폭군이 그만 둘리 만무했습니다.
난폭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교활하기로 유명했던 발레리아누스는 라우렌시오 부제를 살살 설득하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황제는 교회의 재산들, 특히 금으로 된 성작, 성반들이 탐이 났던지 교회의 보물들을 모두 모아 자신에게 바치면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앞으로 이러저러하리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보여주며 회유책을 제시했습니다. 
 
라우렌시오는 그렇게 하겠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답변합니다.
그 답변 이후 라우렌시오 부제는 엄청 바빠졌습니다.
당시 관리하고 있는 교회 재산, 보물, 귀중품, 기타 등등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을 박박 긁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다 나누어주었습니다. 
 
부모 없이 굶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있던 고아들에게 뭉칫돈을 하나씩 쥐어줬습니다.
남편을 여의고 한숨만 쉬며 살아가던 여인들에게는 금으로 된 성작을 건네며 팔아서 생활비에 보태라고 말했습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폭군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합니다.
길길이 뛰면서 라우렌시오 부제를 당장 끌고 오라고 명합니다. 
 
‘모아오라는 교회의 보물들은 다 어디 갔냐.’고 묻는 황제의 질문에 라우렌시오 부제는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둘러서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우리 교회의 보물입니다.”
그 말에 황제는 완전히 뚜껑이 열렸습니다.
황제는 얼마나 화가 났던지 사형 도구로 빨갛게 달궈진 초대형 석쇠를 택합니다.
그리고 라우렌시오의 옷을 벗겨서 석쇠위로 올라가 누우라고 재촉합니다. 
 
그 순간에도 우리 라우렌시오 부제는 유머감각을 잃지 않습니다.
활짝 웃으면서 제가 알아서 할테니 황제님께서는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달려고 하면서 한 마리 굴비처럼 달궈진 석쇠위로 올라가 눕습니다. 
 
라우렌시오는 석쇠위에서 누운 채 지글지글 익어가는 자신의 육체를 바라봐야만 하는 극한 상황 앞에서도 그리도 당당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긴장으로 벌벌 떨고 있는 사형 집행관을 향해 죽기 일보 직전에도 이런 농담을 건넸답니다. 
 
“한쪽은 다 익은 것 같으니 이제 좀 뒤집어주실래요?” 
 
라우렌시오 부제의 이 모습을 묵상하면서 후대에 아우구스티누스 성인께서는 이런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라우렌시오의 비결은 영성체였습니다.
그 힘으로 그는 그토록 혹독한 고통도 웃으며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빨갛게 단 화덕 위에 올라가는 고통을 당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고통과 십자가 속에서 살아갑니다.
갖은 역경과 시련이 매일 다가옵니다. 
 
그 모든 인생의 부정적인 경험을 기쁜 마음으로 웃으면서 견뎌내고 극복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영성체입니다. 미사입니다.
기도생활이며 영성생활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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