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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8-23 조회수 : 333
지금 제가 있는 갑곶 성지에서는 지난 5월 4일부터 봉안당을 운영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이렇게 클지 몰랐습니다. 언젠가는 이 세상 삶을 마칠 테니, 죽음 이후 자신이 안치될 장소를 찾아서 많은 분이 오십니다. 저희 성지의 장점이라면 매일 미사가 봉헌되고, 특히 매달 돌아가신 분을 위한 미사가 봉헌되는 것, 무엇보다 봉안당 장소가 성당에 붙어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도권 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봉안 시설이어서 그런지 장례가 나면 무조건 저희 성지로 연락이 오고 그래서 거의 매일 안치 예식을 하게 됩니다. 이는 매일 죽음을 봐야 하고 또 이에 대해 깊은 묵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줍니다. 

봉안함 크기는 가로세로 30cm가 조금 넘습니다. 그렇게 큰 공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조그만 공간 안에 유골함에 담겨 안치됩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 세상 살아 있을 때 떵떵거리며 살았던 사람도 조그만 유골함에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 곁에 갈 때 자신이 모은 재산을 1원이라도 가져갈 수가 있을까요? 자신이 누렸던 지위를 하늘나라에서 보장해 달라고 주장할 수가 있을까요? 모두가 불가능합니다. 

결국, 하느님을 향한 여정만이 남습니다.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보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라는 예수님의 물음에, 제자들은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 등으로 말합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나서서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정답을 이야기합니다. 이 고백을 통해 베드로는 장차 교회의 반석이 됩니다. 여기에 하늘 나라의 열쇠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베드로는 후에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예수님한테 ‘사탄’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됩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 베드로입니다. 하지만 그의 고백을 통해, 우리가 어떤 고백을 해야 하며 어떤 마음으로 주님 앞에 나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주님을 단순히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청을 들어주는 심부름꾼으로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시는 분으로,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 가장 행복한 삶이 됩니다. 베드로의 칭찬을 우리 역시 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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