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간 금요일>(9.4)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루카5,35)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께 따지듯 말합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자주 단식하며 기도를 하고 바리사이의 제자들도 그렇게 하는데,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루카5,3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십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을 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루카5,34-35)
예수님께서는 혼인 잔치의 비유를 들어 신랑이신 당신과 함께 있는데, 어떻게 단식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시면서, 당신이 죽고 나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이어진 복음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마이삭'에 이어서 '하이선'이라는 또 다른 강한 태풍이 우리나라를 향해 온다고 합니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초라한 인간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거대한 힘을 키워준 '인간의 폭력'도 봅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았던 모습'을 마구 파괴해 버린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자연의 거대한 분노 앞에서 매일 이념 논쟁이나 하면서 정치싸움이나 하고, 공동이익과 공동선을 바라보지 않고, 자기 밥그릇 싸움만 하는 '인간의 무지함'도 봅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정신차리라'고 경고하는데도, 똑똑하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아직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단식의 참의미는
우리의 본질을 깨닫고,
이 본질에로 돌아가는 것,
그래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새 부대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 이루신 창조사업을 묵상하고, 파괴된 창조질서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시급한 단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발 의미 없는 소모적인 싸움은 그만하고, 하느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진 우리 안에서 모두를 살리는 하느님의 마음, 하느님의 지혜가 흘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산교구 이병우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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