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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4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09-04 조회수 : 329

9월4일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1코린토 4,1-5
루카 5,33-39 
 
새 포도주이신 예수님께서는 이 고통스런 현실 안에도 분명 우리 가운데 항상 현존하시리라 굳게 믿습니다! 
 
 
전통 안에서 백성들의 성화(聖化)에 책임을 느끼던 사람들, 예를 들면 세례자 요한이나 바리사이들은 엄격한 단식을 준수했고, 단식과 동시에 기도에 전념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문화 안에서 단식과 기도는 언제나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단식하는 날은 곧 기도하는 날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단식하고 있다면 ‘지금 기도하고 있구나!’생각하고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대로 된 단식은 인간을 기도로 안내합니다.
어떤 분이 혼자서 삼겹살 3인분에, 소주·맥주 합해 다섯 병에, 철판 볶음밥까지 두 그릇 비벼 먹고 난 직후라면, 죽었다 깨어나도 기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신도 오락가락 혼미해지고, 우선 배가 너무 불러 숨을 쉴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기도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단식을 제대로 하게 되면 정신이 맑아집니다.
단식은 인간을 약하게도 만들지만 강하게도 만듭니다.  
 
참된 단식을 통해 인간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들과 본능을 스스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자연스레 인간의 마음과 영혼, 감각과 오감들이 하느님을 향하게 됩니다.
이렇게 단식을 통해 기도할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단식할 때가 있다면, 단식을 그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활동하시던 그 순간을 혼인 잔치에 비유하셨습니다.  
 
혼인 잔치는 기쁨의 잔치요 축제의 잔치입니다. 예
수님의 강생과 육화로 인해 시작된 공생활 기간은 일반 혼인 잔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성대한 기쁨과 구원의 축제였습니다. 
 
구원과 은총의 시기에 단식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 순간 필요한 것은 만끽하고 즐기는 것입니다.
잔치상에 올라온 맛갈진 음식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배불리 먹는 것입니다.
갓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내온 새 포도주를 큰 잔에 콸콸 부어 서로 건배하고 즐기는 것입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중요시한 것은 부정한 것에 대한 단호한 기피였습니다.
율법 규정을 목숨처럼 여기며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랜 전통에 따라 그저 단식하고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새 포도주로 오신 예수님의 생각을 달랐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외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내적 태도, 영혼의 상태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구원의 때에 합당한 근본적인 회개와 삶의 변화를 중요시하셨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포도주는 언제나 청춘이시며 영원한 새로움이신 예수님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새 포도주이신 예수님은 언제나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고, 오늘 우리 각자의 삶 안에서 늘 새롭게 탄생해야 마땅합니다. 
 
새 포도주이신 예수님을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각자가 들고 있는 부대의 상태는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저기 구멍나고 헤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우리는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불투명하지만 새로운 시대를 향해 걸어나가고 있습니다.  
 
새 포도주이신 예수님께서는 지금 겪고 있는 시련을 통해 우리 모두 새로운 존재로 거듭 태어나기를 바라신다고 생각합니다.  
 
새 포도주이신 예수님께서는 이 고통스런 현실 안에도
분명 우리 가운데 항상 현존하시리가 굳게 믿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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