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 찰스 두히그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습관은 우리 뇌에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의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에 크게 공감이 갑니다. 갑곶성지에 부임해서 사제관에 들어갔을 때 커다란 텔레비전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워낙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또 이제까지 텔레비전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것 하나?’라는 생각으로 전원을 켜고 채널을 돌리다 보니 재미있는 것이 너무나 많은 것입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온종일 텔레비전을 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작 저를 위한 것은 하나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까지 저를 위해 해 오던 기도, 묵상, 책 읽기 등이 텔레비전 시청보다 뒷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 뒤에, 텔레비전을 치워 버렸습니다. 아예 없어져야 제가 살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담배를 끊은 후에 오는 금단현상처럼 허전함이 가득했지만, 어느 순간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습관이 생기면서 이제 더는 방송 내용이 궁금하지도 않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습니다. 대신 저를 위한 다른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습관을 지녀야 할까요? 혹시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습관에 빠진 것은 아닙니까?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씨 뿌리는 분이 바로 주님이시지요. 그리고 씨는 주님의 말씀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씨가 뿌려진 곳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우리의 마음입니다. 바로 주님의 말씀을 잘 받아들여서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좋은 땅이 우리의 마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주님의 말씀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길바닥, 바위, 가시덤불과 같은 상태가 된다면 좋은 씨인 주님의 말씀이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내 마음이 주님의 말씀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땅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습관을 간직해야 합니다. 나쁜 습관을 간직하게 되면 결코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텔레비전만 보는 사람이 주님과의 대화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요? 돈에 대한 욕심이 가득한 사람이 이 재화를 이웃 사랑을 위해 쓸 수 있을까요? 게으름이라는 습관을 지니고 성실하게 주님의 뜻을 따를 수가 있을까요?
좋은 땅은 우리가 간직하는 좋은 습관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주님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습관은 무엇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