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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09-21 조회수 : 318

9월21일 [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 
 
에페소 4,1-7.11-13
마태오 9,9-13 
 
오늘도 어제의 부끄러움과 비참함을 딛고 다시 한번 기꺼이 일어서겠습니다! 
 
 
그 옛날 국경지대 왁자지껄한 세관에 넋잃고 앉아있던 세리 마태오의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는 딸린 부양 가족들 생계를 도맡은 가장으로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덕분에 돈도 좀 벌었습니다.
가족들 앞에 얼굴을 들게 되었습니다. 의식주 걱정없이 그럭저럭 살아갈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깊은 회의감과 절망감이 수시로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세리라는 직업을 계속 해나가야 할 것인가? 
 
하루 온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세관에 앉아 환전해주는 일, 암암리에 급전을 빌려 주고 막대한 이자를 챙기는 고리대금업, 동족을 등쳐먹는 일, 윗선에 상납하는 일, 이중 장부 쓰는 일인데... 
 
그런 마태오 앞에 누군가가 나타납니다. 선량하지만 강렬한 눈매를 지니신 분입니다.
지금 네 마음 깊숙한 곳을 꿰뚫고 있다는 표정의 예수님께서 마태오를 부르십니다.
“마태오야! 너 지금 여기서 무엇하고 있느냐? 이 일이 인간로서 가당키나 한 일이냐?
지금 즉시 하던 일 다 때려치우고 당장 일어서서 나를 따라라!” 
 
천둥같은 주님의 음성을 마태오는 거스를수 없었습니다.
애지중지해온 장부도 금고도, 세리라는 안정된 수입원도 즉시 내려놓고 주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끝닿는데 없이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것이 꽉 막힌 이 시대, 뭘 하기도 그렇고 안하기도 그렇습니다.
대체 탈출구는 있는걸까? 하는 큰 불안감과 더불어 우울감이 슬금슬금 찾아옵니다.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보고, 이런 계획 저런 아이디어를 고민해보지만, 너무나도 큰 막막함과 무기력함 앞에 아무것도 하지못한채 그저 주저앉아 있습니다. 
 
오늘 우리 안에도 영혼없는 얼굴, 생기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얼굴, 숨만 쉴뿐이지 죽은 얼굴로 하릴없이 세관에 앉아있는 마태오가 들어있습니다. 
 
은혜롭게도 주님께서는 그 옛날 세리 마태오를 부르시듯, 우리 이름을 부르시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합니다.
어둡고 음습하고 비정한 세관에만 앉아있지말고,
밝고 화사하며 햇살좋은 곳으로 걸어 나와야겠습니다.
모든 것이 제한되고 답답한 조건 속에서도, 하루 매순간을 보다 의미있고 역동적인 순간으로 꾸며가야겠습니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왔다.”
(마태오 복음 9장 12~13절) 
 
역대급 대죄인 마태오를 당신의 제자로 삼아주신 예수님의 활짝 열린 개방성을 묵상하며, 똑같은 죄인인 저 역시 주님께 감지덕지하며, 그저 감사의 찬가를 반복할 뿐입니다. 
 
“저 같이 부당한 죄인을 당신 가까이 불러주신 자비하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진홍빛보다 붉은 감당하기 힘든 죄들, 머릿칼보다 많은 숱한 죄들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롭게 당신의 제자로 불러주시니, 온몸과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죄인들의 주님은 세세대대로 찬미받으소서!  
 
저는 그저 매일 좋으신 주님 자비와 은총의 손길을 기다리면서, 오늘도 어제의 부끄러움과 비참함을 딛고 다시 한번 기꺼이 일어서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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