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5일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코헬렛 3,1-11
루카 9,18-22
내가 맞닥뜨리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내게 어떤 때인지? 무엇을 할 때인지 수시로 하느님께 여쭈어봐야겠습니다!
어제 허무에 대한 소중한 가르침에 이어, 오늘 코헬렛 저자는 우리에게 그 유명한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말씀을 주제로 가르칩니다.
한 구절 한 구절 어찌 그리 마음에 절절히 와 닿는지 깜짝 놀랄 지경입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고칠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할 때가 있다.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코헬렛 3장 1~5절)
때와 관련된 코헬렛의 말씀을 곰곰히 묵상해보니, 정말이지 천번 만번
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일천한 경험과 보잘 것 없는 지난 삶을 통해서도 때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그런 때가 있더군요.
때로 인간적으로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도무지 방법이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은 인간의 때가 아니라 하느님의 때였습니다.
그때는 그저 마음 크게 먹고, 인내하며 하느님께서 활동하실 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 하느님께서 철저하게도 침묵하실 때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 같은 경우도 평생에 걸쳐서 하느님께서 침묵하셨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순간은 바로 인간의 때입니다.
인간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때입니다.
이상하게 움직일 때 마다 좌충우돌, 여기 상처 저기 상처, 상처 투성이일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은 행동거지를 조신하게, 입도 굳게 다물고, 조용히 침묵 속에 자숙하고 성찰할 때입니다.
순풍에 돛단듯이 만사 형통, 승승장구할 때가 있습니다.
하는 일 마다 잘 되고, 탄탄대로를 달릴 때가 있습니다.
그 때는 더 겸손해지고, 더 예의 바르게 처신 할 때입니다.
곳간마다 추수한 곡식이 천장에 닿을 듯 높이 쌓일 때,
갑작스레 은행 잔고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그것들을 주변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눌 때입니다.
적당한 때를 파악하지 못해 패가망신하고 동네방네 창피스런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해먹을만큼 해먹었기에, 이제 연세도 연세인만큼, 모든 것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물러설 때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거기 남아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추한 모습을 보이려고 그러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마다 늘 스스로에게,
그리고 하느님께 겸손되이 여쭈어야겠습니다.
‘지금은 제게 어떤 때입니까?
오늘 이 순간은 제가 어떤 일을 할 때입니까?’
코헬렛이 강조하는 ‘때’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말로 ‘카이로스’, 곧 인간이 행동해야 하는 올바른 때(제 때)를 가리킵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이 아무 때나 의미나 가치가 있고, 아무 때나 성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올바른 때의 선택을 할 때만 의미와 가치가 있고, 성공에로 이끕니다.
내가 맞닥뜨리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내게 어떤 때인지?
무엇을 할 때인지 수시로 하느님께 여쭈어봐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