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9월 29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09-29 조회수 : 323
9월29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곧 다시 춤추게 하소서! 
 

 
오랜만에 방송 출연차 서울 나들이를 했다가, 저명한 개신교 신학자이자 구약성경의 권위적인 해석가인, 윌터 브루그만 저(著)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까지’(Ivp)라는 책을 손에 들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대혼란의 때, 사목자들이 양떼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시기, 꽤나 예언자적인 시선으로 현실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단 성급하고 대책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몇 번 인용하는 것을 빼면...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이전에 알고 있던 세상이 이미 지나갔습니다.
이제 지난날로 되돌아가는 길은 없습니다.
지금 인류는 긴급하고 힘겨운 배움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차분히 옛 세상을 단념하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모든 생명체가 다시금 재생하고 번영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살아계신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으라는 초대이며,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더 친밀하고 더 배려하며 서로 유익이 되는 관계를 맺으라는 부름입니다.
 
이제 인류는 이 재앙을 통해 더 생산적이고 더 포괄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재앙 한 가운데서도 변함없이 우리 인간을 환대하시며, 극진한 사랑을 베푸시며, 발버둥치는 인류를 도우십니다.
 
사실 그간 인류가 쌓아 올린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연한 포기와 새로운 출산으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하느님께서는 변함없는 자비를 베푸시며, 한결같은 사랑을 베풀어주셔서, 이 큰 환난에 당당히 맞서게 하시며 극복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저자가 쓴 기도문 하나가 참 인상적이고 제 마음에 크게 와닿았습니다.
 
곧 다시 춤추게 하소서!
 
우리는 지금 많은 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손자 손녀의 졸업식, 미식축구의 4강전, 메이저리그의 개막, 온 교우들이 모인 부활절 미사, 날마다 거리에서 사람들과 나누던 대화도 사라졌습니다.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거대한 침묵을 강요합니다.
그 침묵이 낳는 것은 외로움과, 가정 내 폭력과, 일자리 상실과, 레스토랑과 바닷가와 거리에서 누리던 일상생활의 종말입니다.
 
우리는 기다립니다.
절망 가운데, 최소한 깊은 실망 가운데, 그러나 다르게 기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확실한 믿음 속에 기다립니다.
우리는 간절히 바라며 기다립니다.
우리는 주님을 기다립니다.
 
우리는 미래를 향하여, 절망에 맞서 기다립니다.
생명의 하느님이신 주님이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실 것입니다.
우리는 기다리면서, 다시 시작될 춤의 다음 동작을 연습합니다.
기다림은 오직 잠깐입니다.
 
우리는 순종의 긴 여정을 걸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제자로서 우리 앞에 펼쳐진 길을 달려갈 것입니다.
 
우리는 이웃이 서로 사랑하는 하느님의 선한 미래 속으로 독수리처럼 날아오를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이 침묵을 이기실 것을 압니다.
그 침묵은 어둠에 불과하기에...
생명의 주님께서 이기실 것입니다.
아멘.
 
저자는 거듭 강조합니다.
이 엄중한 시기, 지금은 모임을 자제할 순간입니다.
그저 침묵하고 성찰할 순간입니다.
오직 어리석은 사람들만 계속해서 모임을 지속해도 된다고 고집할 것입니다.
 
어떤 정신 나간 목회자는 예수님이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 진정한 목회자들은 그런 사람들을 ‘멍청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입니다.
미카엘 대천사는 큰 위기에 빠진 이스라엘에 파견되어 승리자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나자렛의 마리아에게 파견되어 인류 구원의 서막을 알리는 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라파엘 대천사는 눈먼 토빗에게 파견되어 치유자 하느님을 체험하게 했습니다.
 
오늘 특별히 치유자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게 한 중재자로서 라파엘 대천사의 역할을 기대해봅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치유’라는 이름의 의미를 지닌 라파엘 대천사가 눈먼 토빗의 치유에 큰 힘이 되었듯이,
지금 투병중인 우리 인류에게 큰 치유의 힘이 되어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