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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0-29 조회수 : 575
사제서품을 받으면, 첫 소임지로 발령받기 전에 선배 신부님들 본당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첫 미사를 봉헌합니다. 그런데 그때 평소 존경했던 신부님 본당에서 첫 미사를 한 뒤에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신부님께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신부님! 어떻게 살아야 신부로 잘사는 겁니까? 이제 막 신부가 된 저희에게 이야기 좀 해주십시오.”

그러자 신부님께서는 “죽을 때까지 신부로만 살면 돼.”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기도를 열심히 해라, 돈을 멀리해라, 세상 것을 너무 좋아하지 말라 등등, 어떻게 살라는 말은 전혀 없이 말입니다. 그냥 신부로만 살면 된다는 말은 너무 쉬운 말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 후 벌써 20년이 넘게 흘렀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알 것만 같습니다. 신부로 죽을 때까지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도와 묵상, 그리고 계속된 자기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신부로만 산다는 것”은 나 자신의 엄청난 노력이 그리고 주님의 손길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노력을 포기하는 순간 신부로 살기 힘들며, 주님의 사랑 없이도 신부로 사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이는 신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배우자로 산다는 것도,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도, 자기 삶의 일터에서 생활하는 것도, 그 밖에 나의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모두 죽을 때까지 그 모습으로 살기 위해는 자신의 노력과 주님의 은총이 있어야만 가능했습니다.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얼핏 보면 그들은 주님 편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 호의적인 듯 보이는 그들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명은 사탄과 질병과 죄의 사슬에 묶인 자들을 풀어 주고, 은혜로우신 하느님을 증거하고, 십자가 수난을 향해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명을 실천하지 못하도록 예수님을 방해했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세상의 어떤 방해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일을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루카 13,33)

주님의 변하지 않은 그 사랑으로 인해 우리 모두 구원의 커다란 선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죽을 때까지를 뛰어넘어 돌아가신 후에도 당신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주님의 모습을 기억하면서 우리도 변하지 않는 사랑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그리고 그 너머까지 지금의 나로 살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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