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주일
선물의 크기와 가치
[말씀]
■ 제1독서(잠언 31,10-13.19-20.30-31)
독서가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는 이 여인은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지나치리만큼 완벽한 이상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그러나 들어가 보면 이 여인은 자기의 소명에 충실한 인물,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는 인물일 뿐이다. 그럼으로써 남편에게는 ‘산호’보다 더 값진 아내요 자녀들에게는 자애로운 어머니요 남들에게는 언제나 넓은 마음으로 도움을 주는 이웃이다. 잠언 저자의 눈에 이러한 여인상 정립은 결국 주님을 경외함으로써만 가능한 일이다.
■ 제2독서(1테살 5,1-6)
오늘 독서의 앞부분에서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청중들의 질문에 답을 제시해준 바 있다. 바오로는 하느님 나라가 도래할 것임에 대한 믿음은 북돋워 주었으나, 사람들의 일반적인 관심사인 그 나라가 ‘언제’ 도래할 지에 대해서는 답하기를 마다했다. 중요한 것은 언제든지 하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밤이나 어둠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빛의 자녀이며 낮의 자녀”이기에 언제나 “맑은 정신으로 깨어” 하느님 나라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 복음(마태 15,14-30)
모든 사람은 자기가 받은 은총의 선물을 발전시켜 나가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오늘 복음의 메시지이다. 자기의 재산 증식과 환수에 골몰하고 있는 엄한 주인이라는 표현을 빌려 그리스도는 종교의 탐욕스러운 개념을 정당화시키시려는 것이 아니라, 무관심 속에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 사람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바로 잡을 것을 촉구하신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주신 선물의 크기에 따라 답하기를 원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새김]
■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으로 초대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확신은, 하느님은 우리가 아무리 어지럽게 흩뜨려 놓아도 종국에 가서 모든 것을 제 자리에 잘 정돈해 놓으시는 관대하기 그지없는 창조주라는 잘못된 신관(神觀)으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하느님께 직접적으로 악을 행한 일이 없으니 천국은 당연히 보장되어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천국에 들어가는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회의적인 생각을 갖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을 갖는 것도 문제다.
■ 우리는 모두 이와 같은 해이한 관점, 주님의 가르침을 소홀히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인식을 등한시하는 결과에 이르게 하는 관점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이러한 우리에게 주님은 복음 속의 비유 말씀을 통하여 준엄한 경고를 내리신다. 각자 주어진 은총의 선물,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주신 능력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그 선물을 무익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이는 하느님 바로 그분을 모독하는 행위이기에 벌을 모면하기 힘들 것이다. 받은 만큼 돌려드리려는 신앙인의 기본자세가 절실하다.
교우 여러분, 우리 눈에 선물의 크기는 달라 보여도 그 가치는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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