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1월 1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1-18 조회수 : 789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 어느 보육원에서 몇 개월 동안 일 한 적이 있습니다. 보육원이라고 아이들과 노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바깥 일, 일명 ‘노가다’라고 불리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이제까지 공부만 하던 저로서는 이 바깥 일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시던 분들은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하루 하고서도 온몸이 쑤셔서 파스를 붙여야지만 일할 수 있었는데, 이분들은 연세가 많으신데도 별로 힘들어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여쭤보니, “인이 박여서 괜찮아.”라고 대답하시는 것입니다.

그때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이 박이면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것이지요. 인이 박일 때까지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인이 박이기 전까지는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야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게 됩니다.

평생 공부와 연구를 하신 분은 인이 박여서 공부와 연구가 힘들게 느끼지 않는 것이고, 평생 운동을 하신 분도 인이 박여서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운동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앙도 그렇지 않을까요? 기도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시는 분은 어떤 상태일까요? 아직 인이 박이지 않은 것입니다. 봉사와 희생이 어려운 이유는 왜일까요? 이 역시 인이 박이지 않아서입니다. 인이 박일 때까지 한다면 과연 못할 것이 무엇일까요?

미나의 비유 말씀을 오늘 복음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왕권을 받으려고 ‘먼 고장’으로 여행을 떠난 귀족은 떠나면서 종들에게 미나를 나눠줍니다. 그리고 왕권을 받고 돌아와서 종들과 셈을 합니다.

첫 번째 종은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였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보상은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받습니다. 둘째 종은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어 다섯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받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종은 받은 한 미나를 수건에 싸서 보관했습니다. 그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열 미나를 가진 자에게 이 한 미나를 뺏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한 가지는 이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주인은 그저 선물을 줄 뿐입니다. 미나를 주고, 벌어온 미나의 숫자만큼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줍니다. 이처럼 주님의 사업에 동참하게 될 때, 그 사업의 수익금을 얻는 것은 주님이 아닌 바로 ‘우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이 박일 때까지 노력한다면, 그 노력의 결과로 얻는 것은 모두 나의 것입니다.

어느 종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그냥 주님이 무섭다면서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리석은 종의 모습이 아닌, 인이 박일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충실한 종이 되어야 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