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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1-20 조회수 : 803

클레쇼프 효과(Kuleshov effect)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러시아 영화감독 겸 이론가였던 레프 클레쇼프가 주창한 쇼트 편집의 효과를 말합니다. 1920년대 당시 국민 배우였던 이반 모주힌의 무표정한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그다음 장면에서 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다음에는 마찬가지로 배우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여 준 뒤에 따뜻한 수프가 담겨 있는 그릇을 보여 줍니다. 마지막으로 배우의 무표정한 얼굴을 클로즈업한 뒤에 관 속에 누워 있는 여자가 나오는 영상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 줍니다.

사람들에게 이 배우의 생각을 읽어보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를 보고는 흐뭇해했으며, 수프를 보고는 배고파했고, 관속의 여자를 보고는 슬퍼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배우는 내내 똑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변해서 자신이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내 마음이 바뀌어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께서는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이 성전은 주님께서 가르침을 베푸시는 거룩한 장소로 정화되어야 했습니다. 선과 악을 분별하지 못하고, 모든 돈이 주님의 것임을 알지 못하는 환전상들이 가득한 곳은 하느님의 집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쫓아내셨습니다.

성전의 본래 용도로 사용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본래 용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바로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그리고 백성의 지도자들이었습니다. 성전을 누구보다도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는 데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하느님 뜻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바뀌어야 함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들은 ‘저 예수만 없다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이 모든 혼란이 왔다고 착각했습니다. 자신들의 마음이 바뀌어서 하느님 집을 하느님 집답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하셨습니다. 지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님 때문이 아니라,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내세우는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나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님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본래의 주님과 온전히 하나를 이룰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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