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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2-04 조회수 : 978

제빵을 배우는 청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은 빵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로 빵을 먹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기 생일 케이크도 먹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이 청년에게 누군가가 묻습니다.

“너 빵 싫어하잖아. 그런데 빵을 만들어?”

이런 질문을 아마도 많이 받았나 봅니다. 청년은 그냥 시큰둥하게 대답합니다.

“안 좋아해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우리는 안 좋아하면 못한다고 단정 짓곤 합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저 역시 책 읽고 글 쓰는 것에 관심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고 또 많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안 좋아했지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다 보면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긴 누가 이런 말도 하더군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애초에 다르다.’

아무튼 많은 이가 한쪽으로만 판단하고 단정 짓습니다. 이 과정 안에서 의외의 결과를 늘 만나게 됩니다. 오히려 반대 방향에서 해결책이 나올 때도 얼마나 많습니까? 인간이 얼마나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하지 못하는 자신을 믿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그보다 자신을 더 좋은 쪽으로 변화시켜줄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은 어떨까요? 이런 믿음을 통해, 하지 못하는 자신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께서는 믿음에 대해 강조하십니다. 눈먼 사람 둘이 예수님을 따라오면서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청합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왜 치유를 받아야 하느냐?”라고 묻지 않으십니다. “너희가 치유 받으면 뭐가 좋은데?”라고도 묻지 않으십니다. 그저 이렇게 물어보시지요.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너희는 믿느냐?”

믿음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말씀입니다. 이 믿음에 대한 물음에 “예, 주님!”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하자, 주님께서는 이렇게만 말씀하실 뿐이었습니다.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주님께서 자비를 베풀어 주신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이 믿음만 있으면 불가능한 것도 가능한 것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 못하는 부족한 ‘나’라는 존재에서 벗어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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