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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12-11 조회수 : 1145
“애초에 완전한 동그라미는 없으며, 있다고 한다면 이는 판타지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자크라캉’의 말입니다. 많은 이가 자신의 삶이 완전한 동그라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판타지, 즉 실제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가정을 완전한 동그라미처럼 만들겠다고 불철주야 일하신 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60대에 정년퇴임을 했습니다. 이제 그의 가정은 완전한 동그라미가 되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일하느라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없어서 은퇴 후 함께 하는 것을 서로 너무나 힘들어했습니다. 그런데 이 형제님께서 종합검진을 통해 커다란 병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강을 잃고 나서 가족과 더 함께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이 형제님처럼 완벽한 동그라미를 그려나가서 완성하는 것이 인생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완전한 동그라미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완전하지 않은 동그라미라도 서로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약간 찌그러진 동그라미도, 때로는 동그라미가 아니라 각진 네모 같아도 이 역시 그 사람의 고유함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말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 당시의 사람들을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무조건 부정하고 본 것이 아니었을까요? 조금이라도 자기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즉, 완벽하지 않은 동그라미라면서 거부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세례자 요한이 와서 광야에서 메뚜기와 들 꿀을 먹으며 살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라고 말했고,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함께하면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라고 말하면서 거부했습니다.

자신이 주장하는 동그라미만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동그라미도 틀렸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주님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의 기준에서 벗어난다면서 부정한다면, 그만큼 자기 곁에 계신 주님을 알아볼 수 없게 됩니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완전한 동그라미는 없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는 가운데, 완전한 주님과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이 완전한 주님만이 완전한 동그라미를 만드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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