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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21 조회수 : 1281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운전을 해서 국내 성지순례를 다니고 있습니다. 새벽 3~4시에 출발해서 순례합니다. 성지에 사는 저이지만, 성지순례를 통해 얻는 은총이 너무 커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벌써 3번째 완주를 앞두고 있습니다(성지순례 책자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성지는 167곳으로 나옵니다).


언젠가 춘천교구 지역을 순례하다가 어느 순례객을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게 “신부님! 어느 성지가 제일 좋으셨어요? 신부님 계시는 갑곶성지는 빼고요.”라고 물으십니다. 잠시 생각하다가 인상 깊었던 어느 성지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그곳에는 아직 아무것도 없잖아요.”라고 하십니다.


맞습니다. 지금 한창 성지개발 중이라 아무것도, 심지어 성당도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도 이곳에 대한 인상이 깊습니다. 예전 갑곶성지의 초창기 때의 모습도 생각나고, 이곳의 미래를 상상하다 보니 계속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성지는 ‘좋다,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억나는 곳은 화려한 곳도 볼거리가 많은 곳도 아니었습니다. 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곳입니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곳은 겸손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는 볼 것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곳보다도 감동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단단하게 굳은 마음이 아닌, 말랑말랑하게 부드러운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엘리사벳이 성모님을 반깁니다. 단순히 사촌 동생으로서 성모님을 반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육화하신 메시아를 시편으로 경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큰소리로 외쳤다는 점은 그만큼 엘리사벳의 믿음이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믿음의 크기 때문일까요? 먼저 주님께서 겸손하게 다가오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직접 주님과 함께 방문하신 겸손을 그의 마음은 주님을 알아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드럽지만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주님을 알아뵐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을 향해 경배의 노래, 찬미의 노래를 바칠 수가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세상의 관점을 버려야 합니다. 가장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가운데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의 겸손을 바라볼 수 있는 부드러운 마음, 그러나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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