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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12-21 조회수 : 1311

12월 21일 [대림 제4주간 월요일] 

루카 1,39-45 


충만한 기쁨으로 빛나는 그리스도인들의 얼굴이 더욱 필요한 시대입니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근처 아이들을 초대해서 조촐한 성탄 파티를 열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코로나19 시대에 걸맞는 비대면 거리두기 성탄구유도 만들었습니다.

아기 예수님 따로, 성모님 따로, 성 요셉 따로, 목동 따로, 가축들도 각자 방 하나씩!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이 구유 앞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웰빙 점심 식사 후에는, 큰 산타 할아버지 신부님과 작은 산타 할아버지 신부님이

색소폰과 기타를 들고 등장했고, 아이들을 위해 성탄 캐롤 메들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신부님들의 연주에 맞춰 신나게 박수를 쳤습니다.

생후 8개월되는 아기도 함께 했는데, 그 아기도 신이 난듯 활짝 웃으며, 온 몸으로 리듬을 탔습니다.

참으로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작은 공연이 끝난 후에는 정성껏 준비한 성탄 선물 나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문화상품권이며 사탕, 초콜릿이 가득 담긴, 알록달록 예쁜 무늬의 커다란 양말을 받아든 아이들 얼굴마다에 환한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참으로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봉독되는 루카 복음 말씀의 주제 역시 기쁨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잉태한 나자렛의 마리아가 여섯달 전 세례자 요한을 잉태한 아인카림의 엘리사벳을 찾아가 상봉하는데, 만남의 기쁨이 얼마나 컸던지, 두 사람은 큰 목소리로 찬가를 주고 받습니다. 


영성생활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여러가지 결실들이 덤으로 주어지는데, 그중 가장 특별하며, 가장 높은 경지의 덤이 있습니다.

바로 충만한 기쁨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사셨던 탁월한 영성의 대가들, 성인성녀들을 삶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들은 극심한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끝도없이 계속되는 시련 앞에서도 충만한 기쁨의 삶을 누렸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분들이 누린 기쁨은 세상의 기쁨, 인간적 기쁨, 감각적 기쁨을 넘어서는 영적 기쁨이요, 하느님 안에서의 기쁨이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인간적인 시선으로 나자렛의 마리아와 아인카림의 엘리사벳의 상봉을 바라보면 도저히 기뻐할 수 없는 만남이었습니다. 무척이나 서글프고 씁쓸한 만남이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바라볼 때, 노산(老産)을 앞두고 있는 엘리사벳과 미혼모 후보자 마리아의 만남은 더할 나위없이 측은하고 안타까운 만남이었습니다. 


그러나 두분의 만남에는 성령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성령께서 함께 하시니 서글픈 만남은 단박에 충만한 기쁨의 만남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쁨에 넘친 두 여인은 목청높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서로를 환대하고 격려했습니다.

두 여인의 뱃속에 든 아기들도 덩달아 기뻐 뛰놀았습니다. 


참으로 어려운 팬데믹 시대, 제한된 조건 속에 살아가는 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앙의 진수인 기쁨의 영성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고통과 시련의 파도가 아무리 높이 들이친다 할지라도,

그 속에서도 작은 삶의 기쁨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겠습니다.

주님 안에서의 영적 기쁨을 포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충만한 기쁨으로 빛나는 그리스도인들의 얼굴이 더욱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특히 우리 봉헌생활자들이 빛나는 얼굴을 세상에 드러내야겠습니다.

우리의 말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이 예수 그리스도의 강렬한 생명의 광채를 반사하는 거울이어야겠습니다.

우리 각자 영혼의 등불에 성령의 심지로 불을 밝혀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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