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예식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혼인 서약입니다.
“신랑 **와 신부 **는 어떠한 강박도 없이 완전히 자유로운 마음으로 혼인하려고 합니까?”
“두 분은 혼인 생활을 하면서 일생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고는 두 손을 잡고 “나 **는 당신을 아내(남편)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고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일반 예식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혼인 서약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서약을 하느님과 사람들 앞에서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만큼 지키기 어렵고 또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생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것, 약속하지만 참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혼인 예식에서 신랑·신부는 큰소리로 외칩니다. 아주 자신 있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불가능한 일도 사랑한다면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 사랑을 잃어버립니다. 그렇게 자신 있어 하던 사랑의 서약이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랑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사랑을 찾아야 합니다. 사랑을 통해서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은 가능한 일이 되고, 어렵고 힘든 일이 가장 기쁜 행복의 순간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길가,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이 어떻게 될지를 말씀하십니다. 우리 역시 이 씨앗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만이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바로 길가, 돌밭, 가시덤불, 좋은 땅은 우리 인간 영혼의 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혼의 밭에 당신 말씀의 씨를 뿌리신 것이지요. 나중에 열매를 맺고 못 맺는 것은 누구 탓일까요? 씨 뿌리시는 분의 잘못이 아니라, 씨를 받는 흙의 준비 상태 탓입니다. 즉, 우리 영혼의 밭 상태는 우리 각자의 생활 태도를 따라서 결정이 됩니다.
그렇다면 좋은 땅이 될 수 있으려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요? 바로 사랑의 마음이 있어야만 합니다.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욕심을 통해서만 좋은 땅이 될 수 없으며, 좋은 열매도 맺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강조하셨던 사랑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면, ‘그 자그마한 씨앗에서 무엇이 나올 수가 있어?’라고 의심할 수도 있지만, 세속적인 생각과 달리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
사랑을 실천하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좋은 땅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조명연 마태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