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없다는 것은 영혼이 없다는 것입니다.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은 빈껍데기 일뿐입니다!
수십년 전 손톱보다 작은 도움을 드렸던 분께서, 그때 일을 잊지 않으시고 정성스런 손편지를 보내주셨는데, 편지를 읽는 내내 큰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선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하느님 앞에 이웃 앞에 별로 한 것이 없다는 송구스런 마음에 마음이 씁쓸했었는데, 그 한장의 편지로 인해 제 마음이 순식간에 뒤바뀌더군요. 그래도 헛살지는 않았다는 마음도 들면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진정성이 담긴 말 한마디, 마음과 영혼이 담긴 말 한 마디가 오늘 우리에게 더욱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바야흐로 말의 홍수 시대입니다. 방송이나 SNS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얼마나 많은 말들이 떠돌아다니는지 모릅니다. 때로 실수로 내뱉은 한 마디 말이 일파만파 퍼져나가 누군가를 깊은 구렁 속으로 밀어 넣기도 합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처럼 입술로는 뭐든 못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루 만에 만리장성까지 쌓을 정도입니다. 사랑한다, 노력한다, 기도한다, 믿습니다... 정말 입술로는 못 이룰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이 거기에 마음, 진실성이 담겨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진실이 사라진 언어, 영혼이 떠난 육체, 마음이 사라진 신앙, 진실성이 결여된 종교는 거짓된 신앙, 사이비 종교로 전락하고 맙니다. 오늘도 진실한 마음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담기지 않은 미사와 전례로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겠습니다.
마음이 없는 기도, 감동이 사라진 신앙, 정성이 담기지 않은 전례, 그것처럼 웃기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왕 바치는 기도 지극정성으로 드려야겠습니다. 그때 우리의 기도는 하느님 앞에 향기로운 분향 같은 제사가 될 것이며 그분께 영광과 찬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외적인 것들,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이 쓰일 때 마다 겉보다는 내면, 외형보다 마음을 중요시 여기시는 진실하신 하느님을 떠올려야겠습니다. 그분은 당신을 향한 우리의 올곧고 순수한 마음을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인간의 겸손한 마음을 맞갖은 제물로 받으십니다.
미사를 집전할 때도 비슷한 체험을 많이 합니다. 세월이 흘러 연륜이 쌓이다보니 마치 프로처럼, 또는 이벤트 회사 직원처럼 미사를 집전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입술로는 미사경문을 읽고 있지만 마음은 다른 데 가 있습니다. 마음과 정성이 결여된 행사, 갖은 분심 속에 기계적으로 해치우는 전례행위를 보며 하느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도 합니다.
한번은 돈보스코께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교육은 마음의 일입니다.”
여기서 지칭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입니까? 그 마음은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청소년들의 미래를 활짝 열어주고픈 마음입니다. 청소년들이 홀로 설수 있도록 도와주고픈 마음입니다. 청소년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고픈 마음입니다. 결국 청소년들의 영혼을 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을 지닌 참 스승은 청소년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청소년들을 극진히 섬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청소년들이 자식 같고, 친구 같고, 연인 같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마음이 없는 교사들은 어떻습니까? 그가 만나는 청소년들은 급여를 받으니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대상자일 뿐입니다. 의무감에서 싫어도 대면해야할 생계의 도구일 뿐입니다. 마음이 없다보니, 마음이 가지 않다보니 자주 짜증납니다. 그의 미래에는 별 관심도 없습니다. 그가 어찌되든 세월 가고, 헤어지면 그만입니다.
마음이 없다는 것은 영혼이 없다는 것입니다.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은 빈껍데기 일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질타가 준엄합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마르코 복음 7장 6`8절)
몸의 정결을 위해 손도 씻지만 마음도 깨끗히 씻어야겠습니다. 참회의 표현으로 옷도 찢지만, 마음을 찢고, 마음으로 울어야겠습니다. 입술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진정한 경배를 주님께 드려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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